제게도 끝이 올까요?
첫 수술에서 배에 있는 큰 혹과 얼굴에 있는 혹을 제거하고 좀 커 보이는 혹들을 몇 개 더 제거했다.
"끝났어요."라는 말과 함께 "드디어 끝났어!" 안도감과 앞으로도 계속 받아야 할 이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했다. 푸른색을 띠는 어색한 옷을 벗어버리고 익숙한 옷을 입으니 몸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이후 회복실에 한참을 있다가 간호사의 부름에 상담 실장을 만났다. 그는 수술 부위를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며 수술 전에도 언급했듯이 배에 있던 큰 혹의 조직 검사가 남아있다고 했다. 문제없을 거라고 했지만 솔직히 '혹시? 만약에?'라는 마음이 따라다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웃긴 건 정말 그날 이후로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수술받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잊었다. 수술 부위가 잘 아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까지도 잊고 있었다. 둔한 건지 아니면 확신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배에 있는 걸 제거하자 붙는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날씬해 보이려고 슬림하게 나온 옷을 입으면 '저 배에 혹 있어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거 같아 헐렁한 옷들만 입었는데. 이제는 입고 싶었던 그토록 원하던 슬림한 옷들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얼굴에 있는 혹을 제거하자 인상이 정말 달라졌다. 확실히 더 깨끗해졌다. 여드름처럼 짜내지도 못하고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어서 늘 혹부리 영감 같다고 생각했던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서 이젠 간단한 화장만 해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은 그런 혹이 있었는지도 수술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제일 신경 쓰였던 것들을 제거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불편한 이유는 수술받은 부위는 재발하지 않는다지만 언제 어느 곳에 또 생길지 모르는 혹들을 감당해내야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말이다. 아직도 이렇게 많은데. 족히 몇백 개는 되어 보이는데.
오늘과 같은 일을 나는 과연 몇 번이나 더 겪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