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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Nov 14. 2019

잠시 쉬어갈게요.

저도 제가 힘들어요.

봉합하고, 아무는 걸 생각하면 추운 겨울에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모든 수술은 되도록 겨울에 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닌가 보다.


두 번째 수술은 딱 1년 만이었다. 회복 기간을 생각해 명절 연휴를 끼고 수술 날짜를 잡았고, 그날은 혼자였다. 한 번 해봤다는 핑계로 말이다. 어려운 수술이 아니라 충치 치료 같은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최면을 거는 수 밖에.


이날은 손과 발, 엉덩이와 몸통에 있는 작은 몇 개들을 제거하기로 했다. 이젠 수술실 의료진과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편했다. 한번 해봤다고 제법 옷도 잘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발걸음도 가벼운 척을 했다. 수술을 마치고 주의사항을 들으며 물었다.


“아, 맞다. 그거 조직검사는요?”

“그날 이후로 저희 쪽에서 따로 연락드린 거 없죠?”

“네”

“그럼 아무 이상 없는 거예요.”

“아.. 네”


‘그러게. 무슨 일이 있었으면 바로 연락이 왔겠네.’


돌아가는 길. 진료비 영수증을 보며 ‘그래도 살만하네. 지원도 해주고’ 하는 생각이 스쳤다.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도중에 치료를 멈추는 사례들을 종종 접했던 터라. 어쩌면 나도 당장 치료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지원이 없었더라면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상처는 매일매일 소독해야 했는데 엉덩이와 허리를 혼자 할 수가 없어 늘 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또 며칠은 똑바로 누워서 자기보다 새우잠을 잤다.


혼자 있을 땐 제거 되지 않은 혹을 보며 눈물로 기도했다. 깨끗해지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제발 더 진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이걸로 족하다고.


하나님, 당신이 살아 계신다면 제발 그만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조금씩 볼록볼록 생기고 붉어지는 게 보인다. 혹이 생기려는지 통증이 느껴지는 날도 있다. 정말 꼴도 보기 싫을 때도 있는데 잠시 수술을 미루기로 했다.


당장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내가 힘들어서 미루고 싶었다. 괜찮다가도 갑자기 무너지니까.


물론 병원에서는 자주 오세요. 한 번에 많이 제거하려고 하지 마시고. 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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