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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Apr 30. 2019

그녀처럼 살고 싶다.

당당해지고 인정하면서 말이다.

첫 수술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네가 부분 모델을 해주면 좋겠어.”


회사에서는 시즌에 맞춰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때마다 상세페이지, 패키지에 들어갈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디자인부 과장님이 내게 모델을 해주면 좋겠다고 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전문 모델을 쓰면 좋겠지만, 회사 입장에선 최대한 돈을 덜 쓰는 방향을 생각했고, 그래서 찾은 사람이 나였다. 그러니까 평범한 기준에 부합하는 너무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대한민국 흔한 체형을 찾다 보니 내가 지목된 것이다.


그때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키면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거절은 생각도 못했다.(물론 지금도 시키면 합니다.)


마주 앉은자리에서 슬쩍 말씀드렸다.

“제 피부가 깨끗하지 않아요. (저 피부 질환이 있어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후회하실 텐데?).”


과장님은 어차피 누구든 포토샵을 해야 한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일까. 상품 사진을 위해서 나시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무더운 여름에도 주근깨 커피 반점과 혹들을 감추기 위해서 나시는 절대 입지 않았는데. 나시라니.


그날은 회사가 아닌 스튜디오를 가야 했고 복잡한 생각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일어나 눈만 끔벅끔벅했다.


‘나시.. 나시..’ 혼잣말을 내뱉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해 탈의실로 바로 향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최상의 퀄리티를 뽑아내야 하기에 시간이 없었다.


근데 나가지 못했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는데 나를 선택한 것을 후회할 거라는 생각들이 나를 지배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과장님이 괜찮다는데.. 아니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겠지’


“다 갈아입었어?” 과장님의 불음에 정신을 차리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어쩔 수 없다.’ 하며 쭈뼛쭈뼛 나갔다. 시선이 집중되니 가뜩이나 굳은 몸은 더 뻣뻣하게 굳어갔다.


스트레칭도 해보고 농담도 주고받아도 쉽게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촬영은 끝나 있었다. 어떤 퀄리티로 나왔는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잘 나왔다고 하는 그들의 말은 인사치레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출근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사람들의 눈치를 봤다. 이제 들통난 거라고 나는 피부가 지저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편집하면서 분명 후회할 거라고 그렇게 나는 혼자 상상을 하고 나 자신을 깎아내렸다.  


그러다 우연히 SNS를 통해 위니 할로우. 백반증을 가지고 있는 탑모델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녀의 아픔이, 어린 시절 이야기가 어쩐지 누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하고 이렇게 비슷할 수가 있을까? 마치 나의 지난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불행의 역사를 보는 거 같았다.


그녀처럼 살고 싶었다. 스스로 당당해지자고 이 질환을 인정하고 악수를 하자고 말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 피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라고 생각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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