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데 말이죠.
부모님께는 허락해달라는 요청이 아닌 통보였다. 내가 가진 건 이 몸 밖에 없으니 나는 내 장기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싶다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이미 신청했다고.
내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을 빗나갔다. 화를 내고 호대게 혼날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잘했다고 하시는 거다. 그리고 본인들도 생을 마감했을 때 가능하다면 장기기증을 하라고, 온전치 못한 시신도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나는 헌혈도, 장기기
증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하고 싶어 졌다. 방법이 없을까? 정말 못하나? 익숙하게 검색창을 열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아니, 말이 다 달라서 어느 것이 정확한 정보인지 분별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내용의 90%는
“할 수 없음”
다시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물었던 적이 있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품고서.
“저….. 헌혈… 못 하나요?”
“음…희귀 난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혈액원에서 안 받아줘요. 말하지 않으면 할 수 있겠지만 않은 것이 좋겠죠? 하고 싶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는 말이다.
‘하고 싶어요. 저 정말 하고 싶어요. 생을 마감하고도 쓸모 있는 존재였으면 좋겠어요.’라고 나는 나에게 말했다.
지갑 한구석에 장기기증 신청 후에 받은 스티커와 카드를 넣을 자리를 마련해놨고, 그것들이 그 자리의 주인인 것처럼 익숙해져 버렸는데. 이사를 하는 것처럼 빼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헛헛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