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가장한 무례함은 제발 그만.
“저 집은 엄마는 피부가 좋은데 딸은…..”
“피부가 왜 이래?”
늘 내 뒤를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동네 어르신들. 나에게 또는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걱정을 가장한 무례함을 보였다.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엄마와 나는 적당히 예의를 차리며 무시를 하는 일에 익숙했지만, 간혹 내 피부를 만져보려는 분들과 혹은 우리 모녀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분들은 정말 치가 떨리게 싫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는 늘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렇게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제는 나도 이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엄마도 이건 막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유전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 그 당시는 지금처럼 이 질환에 대해서 자료를 검색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일이 드물었을 수도 있으니까. 병원을 가도 다들 말이 없었으니까.
엄마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이건 절대 엄마 탓이 아니라고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번 생에서 내가 감당해내야 하는 일인가 보라고.
나는 아무렇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엄마에게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괜찮다고. 너는 조금 특별한 것뿐이라고 말이다.
이 질환을 인식하고 나서부터 화장품을 사러 갈 때면 늘 직원들에게
“피부가 예민해서요……..”라고 시작했다. 정말 예민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그들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하도 예민하다고 말하다 보니 정말 예민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니, 예민한 게 맞았다. 정말 순하디 순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나도 알고 있다. 피부 트러블을 완화해준다는 제품을 써도 나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과 때로는 화장으로도 커버가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냥 적당히 모르는 척해주면 좋겠다. 눈빛으로 궁금하다고 묻는 거 알겠는데. 나도 모르는 척 할 테니 그냥 시선을 돌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