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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호 Apr 03. 2018

09 책과 와인은 쌍도끼다

"책과 와인은 마음의 사슬을 끊고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쌍도끼다"

몇 전 인문학 강좌가 인기를 얻어갈 시기에 유독 눈에 띄었던 책이 한 권 있었다. 바로 광고사 대표인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이다. 제목부터 상당히 독특하고 도발적이었다.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되어 독자들에게 널리 익혔다.


“제목은 독특한데, 내용은 문학 작품을 읽고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한 독서 에세이집이다.”


그 당시 필자는 ‘책은 도끼다“에 대한 간단한 첫인상이었다. 책과 와인의 개념을 정리하면서 그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처음 볼 때 느끼지 못한 저자의 감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왜 책이 도끼일까?’라는 답을 책에서 다시 읽었을 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라는 카프카의 말을 인용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꽁꽁 얼어버린 내 영혼을 쳐낸 도끼가 되었다.”


책 읽기는 바로 내 감정을 일깨우는 촉진제다. 꽁꽁 얼어버린 마음을 책이란 도끼로 깨뜨릴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회의 들 때 나 자신을 도끼처럼 깨우쳐주는 말이다. 감정을 깨우는 것이 바로 책이라면 감각의 촉수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와인이다. 와인을 다른 술처럼 무조건 마시는 것도 상관없지만, 문학작품이나 철학 서적처럼 그 속에 담긴 내용을 확인하는 측면에서 오감을 사용하여 색, 맛과 향을 평가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와인의 특성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색깔, 맛과 향, 그리고 접촉감이다. 색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황금빛 화이트 와인에서 붉은색의 레드 와인까지 충분히 시각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다음은 맛이다. 우리의 혀가 감지할 수 있는 맛은 그 역사 있는데 고대 아리스토텔레스가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등 4가지로 구분했고 그 후로 1751년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e)가 축축한 맛, 건조한 맛, 신맛, 쓴맛, 기름기 있는 맛, 떫은맛, 단맛, 시큼한 맛, 침 같은 맛, 짠맛 등 10가지로 정의했다. 


그 후로 1864년 독일의 의사인 아돌프 오이켄 피크(Adof Eugen Fick)와 1914년 미국의 화학자 에드윈 조지프콘(Edwin Joseph Cohn)은 현재의 우리의 기준인 4가지 맛으로 이어져 왔다.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가 해조류에 들어있는 ‘글루타메이트’를 일본말로 ‘맛있다’라는 ‘우아미’라는 맛 성분으로 발견하고 우리말로 ‘구수한 맛’ 혹은 ‘감칠맛’으로 그 외에도 매운맛,  떫은맛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와인 시음학, 김준철 저, 2015) 현재가 우리가 느끼는 맛 종류는 그대로다.     


레드와인을 마실 때 느끼는 한 가지 맛이 바로 떫은맛이다. 흔히 쓴맛과 구별이 쉽지 않다고 한다. 쓴맛은 와인 속의 플라보노이드와 페놀이 주성분이고 떫은맛은 붉은 색을 내는 안토시아닌이라고 한다. 숙성과정에서 생기는 타닌도 혀와 입안을 덮어주고 점막을 수축시켜 떫은맛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와인 시음학, 김준철 저, 2015).

     

와인의 향은 다른 주류와 다르게 포도만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주로 포도 껍질 속의 성분이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향을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약 160종류의 향기를 와인에서 맡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와인 시음학, 김준철 저, 2015). 일반 와인 애호가들이 구별해내기는 쉽지 않다. 결국, 와인의 향을 즐긴다고 하는 것은 포도가 갖고 있던 과일, 꽃, 향신료 등 아로마와 숙성되면서 발생하는 부케를 맡게 된다. 

    

와인의 맛과 향을 정리하면서, 고유한 특성과 변화된 특징이 어우러져서 한 병의 와인을 구별해내는 자신만의 특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책을 어떨까? 책의 원재료는 저자 자신이다. 특히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연구하는 경우에는 대상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인문 서적인 경우는 그 대상이 저자를 포함한 우리 인간이다. 포도가 수확되기까지 토양, 기온, 날씨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맛과 향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책 내용도 저자가 처한 환경을 어떻게 표현하고 기술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와인의 맛과 향을 찾아내기 위해서 우리의 감각이 살아나고 알코올 성분이 몸으로 들어가 우리의 감정을 풀어주는 듯이 책과 소통하면 나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사슬이 풀어진다. 책과 와인은 평소에 억눌려있던 마음의 사슬을 끊고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쌍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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