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나는 팀원들의 증명 사진을 정리했다.
오늘은 마흔 살이 된 이후 맞이하는 첫 번째 주였다. 최근 출근 소요 시간이 3분의 1로 줄어든 뒤 출근 시각이 더 늦어졌다. 집과 사무실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출근이 늦어질 만한 변수가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일상의 시작도 늦춰졌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침 8시에 출근했다. 지난주에 있었던 소소한 일상을 기억하기 위해서.
며칠 전 우리 회사의 본점에서 각 지점 별 사업 현황 및 임직원 이력을 정리해서 제출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회사에 새로운 대장님이 부임하신 후부터 이러한 업무들이 조금 많아졌다. 세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이름, 직책, 최종 학력, 주요 경력, 그리고-무려-증명사진이었다.
우리 회사 내 의결권이 있는 교수님 및 변호사님들의 이력 정리는 익숙했지만, 한낱 직원들의 커리어 서머리는 정말 생소했다. 입사 시 이력서에 자세한 기록엔 있을 테지만, 새로운 서류에 간단히 정리하는 것이라 개인적으로 요청 후 제출을 받았다. 특히 증명사진의 경우 회사의 요청에 따라 제출받는 것임을 강조했다. 다 받아보니, 조금 달라진 사람들도 있었고 크게 달라진 사람들도 있었다. 이내 사진을 한 장씩 표 안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사진을 넣었다. 그런데 내 사진과 다른 직원들 사진에 큰 차이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다른 직원들의 사진은 투명 배경인데, 내 사진만 밤색 파스텔 풍의 배경이었다. 2시 탈출 컬투쇼의 라디오 소리가 고고히 흐르는 사무실 안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 잘 웃지 않는 내가 웃었기 때문인지, 혹은 사진을 전달한 직후여서 그런지, 몇몇 직원들이 파티션 너머로 미어캣처럼 목을 늘려 날 쳐다봤다.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나에게는 설명이 필요했다.
“사진을 받아서 넣는데, 제 사진만 배경이 있네요.”
그리고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제 사진만 엄청 올드해요. 어떡하죠?”
단단한 업무의 빙산을 가르는 내 한 마디에 직원들은 파티션 너머로 여러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감각-감정형(SF)으로 예상되는 직원들은 나의 웃음에 함께 호응해 줬다. 그리고 한 직관-이성형(NT)으로 예상되는 직원은 이미지의 누끼를 따는 사이트 링크와 함께 어떤 식으로 편집이 되는지를 아이돌을 예시로 전달해 줬다.
직원들의 호응과 열정에 나도 모르게 누끼를 딴 내 전후 사진과 위에 예시로 받은 아이돌 사진을 합성해서 공유했다. 목을 사이에 두고 확고부동한 피부톤의 차이가 나 있었다. 직원 모두가 한바탕 웃은 뒤, 각자의 리즈 시절을 한 장씩 톡방에 올려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한 용기 있는 직원은 본인의 대학교 시절 사진을 올렸고, 이후 각자의 과거 사진을 방출했다. 난 비겁하게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최고의 시절은 이때뿐이라며 일곱 살 무렵 사진을 공유했다. 이후 외향적인 인싸 성향으로 보이는 직원은 다양한 장소에서 멋진 사진을 남겼고, 아재 개그를 남발하는 어떤 한 직원은 애써 웃겨 보려는 사진을 차례로 공유했다. 한 직원은 신중하게 사진을 찾아보는 것 같았다. 급히 SNS에서 퍼 날랐을 법한 사진들을 보며 그렇게 한참을 또 웃었다.
과거의 증명사진은 현재의 모습들과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데, 일반 사진들은 아무리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같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히 진학, 취업 등 목적 지향적인 사진이 주는 다소 간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인 걸까. 아니면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채색한 우리들의 모습과 행동들이 준 캐릭터의 변화들 때문인 걸까.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직장 생활에 성격이 변화되기도 하겠지만, 증명사진의 이질감과 성격을 연결하는 건 비약 같긴 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불을 켜고, 라디오를 켜고,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타는 자연스러운 행위들 뒤에 두서없이 적어나가는 나의 이례적이고도 이질적인 행위처럼. 오늘 어떤 자연스러운 업무가 시작될 모르고, 내일 어떤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두서없이 끄적이다 보니 아침 9시가 되었다. 직원들이 차례로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글은 끝이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