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사춘기
한동안 바쁜 일들이 겹쳐 책들을 잡지 못던 우울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다 오랜만에 난 여유를 틈타 읽은 책이 오늘 소개할 작품, 오늘 작가님의 나 혼자 사춘기이다.
몽환적이면서도 한없이 동화같은 이야기에 한번 빠져보기를 권하며 리뷰를 시작한다.
작품의 내용은 주인공 현우에게 갑자기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에게서 손편지가 오면서 시작된다.
내용도 별것이 아닌 손편지에 의아해하는 현우, 그런데 항상 골치거리라고 생각하는 사촌동생 수장이가 찾아오고
수장이와 실랑이를 하다가 다툰 현우는 심통이 나게 된다.
그래서 사촌네 집에서 초대한 저녁식사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버티던 현우.
그런데 우연히 튼 TV에서 나온 천사들이 아이들의 베프 부모를 판다는 이상한 홈쇼핑을 보게 되고
그걸 보다가 어찌저찌하다 보니 생각치도 못하게 작아져 버린다.
갑자기 현우는 왜 작아져 버린 걸까? 그리고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는 왜 손편지를 보낸 걸까? 그리고 현우는 자기가 생각한대로 혼자만 겪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걸까?
뭔가 다음 내용이 도무지 상상이 안되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음... 이 작품을 읽고 나서 가장 강렬하게 느낀 생각은, 도무지 예측이 안되는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아니, 동화라는 것이 원래 좀 그렇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갑자기 내용이 뜬금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작품이 근래에 있었던가?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갑자기 TV를 틀어보니 천사 초딩들이 나와서 소원을 들어주는 홈쇼핑을 하지를 않나,
그리고 키가 작아져 버리는 것이... 꿈이 아니라고? 그리고 뜬금없이 나타나는 다툰 친구 이야기가 나오더니
그러다 다시 손편지로 이야기가 돌아오고... 뭔가 내용의 전개가 어른들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오르락내리락 예측불허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참 오랜만에 동화다운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들은 좀 그렇다.
우리 아이들만 좀 별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뜬금없는 이야기를 툭 던지고,
그러다가도 어떨때는 어른들보다도 더 진지하고 성숙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다시 또 말도 안되는 것에 깔깔거리고.
그게 아이들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의 이야기도 그래야 하는 것이 맞고.
근데 그렇게 하기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이미 어른이 된 작가들이 글을 쓰다보면,
내용의 유치함은 일부러 가미하려 애쓰지만 그런 아이들의 정신없는 발랄함은 묘사하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하루종일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 정도로
리얼하게 담은 작품은 쉽게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돌발상황, 천사가 나온다거나, 키가 작아지는 등의 일들이 잠시 놀라기는 해도
별일 아니란 것으로 넘어가고 바로 내용이 이어지는 것도 참신했다.
그치... 애들 입장에서 보면 그건 어느날 놀이공원을 찾아간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험일테니깐.
그래서 사건에 경악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상황에 그런가보다 하고 다른 것에 관심을 두는 아이의 모습에서
이건 정말 찐으로 동화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참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작가님들을 보고 감탄하지만 항상 또 새로운 벽을 보게 된다.
어쩜 이리 아이들의 시점에서 동화를 쓰는 것이 가능하실까?
사실 최근의 독서의 수준을 보면, 뭔가 아이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독서가 강요되는 것도 현실이다.
아예 안보는 애야 뭐 그렇다 쳐도, 보는 아이들에게는 뭐랄까나... 실제 그 아이들이 보기 바람직한
수준 이상을 보게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실제로 책을 보는 아이들도 어지간해서는 그 이상으로 월반해서 책을 보는 것에 이상함을 못느끼고.
아동용으로 요약되기는 했지만 유발 하라리나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저서를 우리 아이들이 읽는 것을 보면
뭔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저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교양서 뿐만 아니라 동화책도 좀 그런 느낌이다. 사실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 중에 대상을
고학년이라고 하지만, 등장인물들을 그대로 청소년이나 성인으로 바꿔도
큰 위화감이 없는 작품들이 요새 보편적인 것도 그런 생각을 확신으로 바꾸게 해준다.
물론 그런 경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언젠가 그런 책을 읽긴 할테니깐.
하지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여전히 아이가 아이였으면 하는 마음과,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3-4학년 권장이라고는 하지만, 아마도 책 좀 읽었다는 아이들이라면 저학년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읽혀주기를 바라고 싶다.
뭔가 아직 애기 티가 나는 좌충우돌하는 아이들이 느낀 생각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여과없이 담은
이 내용에서 틀림없이 아이들은 공감하는 바가 있고, 그것이 감성으로 남아 여운을 남길테니깐.
말은 사춘기를 혼자 겪는다고 투절거리지만, 아직도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아이 같은
주인공이 투덜거리면서도 그 손편지의 의미를 깨닭고 커가는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부모의 입장에서 유쾌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읽어줄 수 있는 작품이었기에 참 의미가 있었다.
지난 번에 리보와 앤에서 느꼈던 판데믹으로 인해 아이들이 감내해야 했던 결핍과 외로움을
여기서는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제시한 것 같아 행복한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수 있던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이들 순수 그대로의 여운을 느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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