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특성화중학교
오늘 소개할 작품은 수학특성화중학교다.
2015년도에 출간되서 이제 10년차에 접어드는 이 작품에 대해서 오늘 한번 리뷰해보도록 하자.
작품의 내용은 주인공 진노을이 전국의 수학 영재들을 모아 만든 학교인
수학특성화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된다. 매사에 공부보다는 재밌는 일과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노을이는 학교 일정보다 재밌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런 노을이를 항상 챙기는 소꿉친구인 란희, 그리고 수학의 신이라 불리는 파랑이 등의
친구들의 일상이 시작되고, 학교에서 만난 인공지능 피피와 의문의 비밀 조직이
등장하면서 노을의 학교 생활은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이어진다.
모든 것이 수학으로 연결되는 이 학교에서 과연 노을이는 친구들과 함께 숨겨진
비밀 조직의 정체와 자신의주변에 맴도는 의문의 해커 gun007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뭐 이런 내용이다.
음... 항상 작품들을 보면서 취향과 안맞거나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 작품에 고유한 매력을 찾아서 그걸 발견하는 것이 창작 지망생이자 독서가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감스럽게도 조금 아쉬운 마음을 솔직히 토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저 시대에 잠시 트렌드처럼 특성화 학교나 전문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가
도서보다는 의외로 웹소와 웹툰에서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과학, 경제, 추리, 지리 등등... 일종의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한 전문 학교에서 그 분야에 특출난
천재 주인공이 활약하는 작품이 유행처럼 번졌더랬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트렌드를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안타까운 면모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기대보다 유감스러운 경우가 있었고.
당시 모 작품을 보면서 하도 어이없는 전개에 의견을 낸 적이 있었던 경험이 있었을 정도였으니...
사실 이런 장르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대단히 영리한 기획이다. 뭔가 한정된 특정 분야의
천재들이 모인 곳에서 그 분야에 특출난 아이가 활약하고, 그 분야가 교과서와 연계된 내용으로 진행되면
학부모 입장에서도 뭔가 공부 관련이 아닌가 싶어 저항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니깐.
그리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딱딱한 참고서나 교과서가 아닌 익숙한 웹툰과 웹소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련 지식에 얽힌 이야기를 보는 편이 그나마 흥미롭기도 하고.
그래서 얼핏보면 모두에게 윈-윈인 내용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장르에는 숨은 문제가 몇가지 있다.
첫번째 문제, 해당 분야의 트릭과 해법이 지나치게 어설퍼진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이게 너무 어렵거나 전문적으로 내면 독자들이 풀수가 없고 지루해지기 때문에,
쉽게 낼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내면 이게 너무 수준 이하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이번 작품도 그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딱히 우리 아이가 성적이 우수한 아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나온 문제들을 보고 보인 소감은,
'아니? 전국에서 모은 수학 영재들이라며? 근데 이걸 문제라고 낸다고?' 였었다.
두번째 문제, 이런 작품의 특성상 포커스가 대상으로 하는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이게 의외로 작품의 서사와 전개는 많이 빈곤하고 어리둥절한 내용이 채워질 수 밖에 없다. 이 작품도 그랬다.
하... 기억에 남는 건 왜 주인공이 대선후보인 국회의원 아드님이란 임팩트 밖에 없지?
작중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자기 기숙사도 찾아가야 하고, 반도 찾아야 하고, 동아리도 만들어야 하고,
수행평가도 하고, 의문의 인공지능과 비밀 조직도 상대해야 한다. 근데... 그게 기억에 안남는다.
그냥 해당되는 수학문제를 던져주기 위해 부연된 내용처럼 보이고, 소설이라는 작품으로서 가져야 할
자연스러운 개연성과 전개가 빈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 문제, 그런 부자연스러운 서사 덕분에 오히려 큰 의미가 없는 요소가 너무 부각된다.
이건 사실 단점이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 웹소나 웹툰이라면 의외로 장점일수도 있는 포인트다.
이세계 설정이나 레벨 체계만으로 매니아를 만드는 것이 덕목인 그 장르에서는 이건 오히려 플러스 요소니깐.
그런데 문제는 이건 청소년소설이다. 학습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권의 페어퍼로 구성된 도서라는 것은 불변의 전제이다. 여기서는 그런 기교가 오히려 마이너스다.
물론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내용의 짜임새와
주제 의식, 개연성, 담은 의미는 등한시 되고, 설정만 과다한 인물과 뜬금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의문의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생각을 한다면... 음, 좀 무리수가 있지 않을까?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상의 세가지 이유로 과거에 그런 특성화 학교나 전문 학교 장르에 대해서 처음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가 나중에 큰 실망을 하게 되었던 작품들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이 작품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뭐랄까나... 주관적으로 안타까움이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었다.
학습 장르의 만화나 소설에서 가져야 할 의무가 지식의 전달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좀더 개연성을 가미하고, 오히려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전개를 만드는 식으로
진행하였다면 학습은 물론 작품으로서의 의미도 더 깊어질 수 있었을텐데...
좋은 의도의 작품이 애매한 부분에서 조금씩 모자란 포인트가 중첩되면서
살짝 아쉬운 느낌의 선을 넘어버린 것 같아서 심정적인 안타까움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가능하다면 이런 장르에서
교육적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좀더 근본적인 소설이 가지는 기본적인 역량을 가지고 독자들이
좀더 매혹될만한 작품으로 장르가 다양해 졌으면 하는 마음을 느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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