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의 사건 파일
명절 이후로 은근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제대로 책을 읽을 짬도 내지 못했더랬다.
겨우 힘든 시간을 마치고 나서 비몽사몽한 기분으로 집어든 책은, 멀리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을 여유도 없이
우리 아이들이 애장하고 있던 이 작품, 하이다의 사건파일이었다.
사실 우리 집에 입성한 것은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 한동안 볼 생각을 못하다가
이번에 피폐한 심신을 추스르며 읽어보고 느낀 기대 이상의 즐거움과 스릴을 한번 오늘 리뷰해보도록 한다.
작품의 내용은 간결하다. 작품의 자문을 맡았던 표창원 선생님의 오마쥬 캐릭터로 보이는
표소장이 고요로 221번지에 아이들을 멤버로 구성된 수사대를 창립하고,
그 수사대에 우리의 주인공 하이다와 하이다의 절친인 한새가 가입하게 되는 이야기다.
하이다는 예전에는 밝고 통찰력이 뛰어난 아이였지만,
아픈 언니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두지 못한 부모님과
남들보다 뛰어난 통찰력 덕분에 생긴 오해로 인해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소녀.
하지만 그런 하이다의 통찰력을 표소장은 알아차리고 격려해서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도움을 주게 되고, 그걸 계기로 수사대에 가입하는 시험도 통과하게 된다.
앞으로 하이다는 주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음... 사실 이 작품은 오해가 조금 있었던 작품이었다.
처음에 작품을 보았을 때, 왠지 오락성을 많이 강조한 추리 게임 형식의 작품이라 생각했다.
뭐 그런 장르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래저래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독서 우선 순위에서는 다소 밀려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리즈가 거의 두자리수가 나오고 나서야 겨우 책을 집어들게 되었더랬다.
일단 단순한 첫감상은 생각보다 짜임새가 있는 책이라는 점이었다.
사실 이런 아동들을 대상으로 추리 장르는 범죄의 잔혹성과 과도한 지성 등의 아이들에게
노출하기 어려운 한계로 인해 다소 유치해질 여지가 많다.
그래서 시중에 전개되는 작품들이 상당수 추리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그냥 퀴즈북이 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건 역시 감수가 비범해서 그런지 몰라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내용의 깊이가 있는 편이다.
단순하게 증거와 단서만을 통해 추리하는 기계적인 방식 뿐만 아니라,
타이틀에서 표방하고 있는 프로파일러라는 멘트가 입증하듯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 방식을 통해
유추하는 추리 과정도 제대로 복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을 감수하신 표창원 선생님도 참 재밌는 분이시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20년 넘게 보면서 팬심까지 생겼던 분인데, 퇴직하고 나서 즐거운 것들 많이 하고
사신다고 하시더니 이런 동화 장르까지 감수를 곁들이실 줄이야.
덕분에 전문가가 직접 감수하고 캐릭터로 등장까지 하면서, 결코 단순하거나 유치하지 않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충분한 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추리의 세계에 초대하는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보다시피 시리즈로 기획되어서 상당한 후속 이야기들이 나올 작품이다 보니,
각각의 작품에서 당차면서도 통찰력이 뛰어난 우리의 주인공 하이다가 조우하고
직접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기대하게 되는 재미가 오랜 시간 보자오디었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내가 어렸던 시절에도 이런 추리 장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긴 했었지만,
그때는 뭔가 우리들을 위해 맞춤형으로 되어 있다기 보다는, 일본 쪽 작품을 무단 번역하거나
혹은 진짜 앨러리 퀸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같은 너무 본격적인 내용만 다뤄서 좋아하면서도 너무 깊이
들어가지 못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참 지금 아이들은 부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마 누구나 다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명탐정이 되어 남들이 해결하지 못하던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쿨하게 돌아서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시절 우리가 꿈꿨지만
다소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다시 찾은 보물상자 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아이들과 같이 그 시절 명탐정을 꿈꾸던 소년과 소녀로 돌아가서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꿈을
이 책을 통해서 오늘 조금이나마 이뤄보기를 바라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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