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이 서울에게

한성이 서울에게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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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소개했던 백제 최후의 날에 이어서, 역사동화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를 리뷰해보려고 한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2회 대상작이었던 '한성이 서울에게'다.


공교롭게도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백제라는 것에 유쾌한 의문이 들었다.

의외로 역사에 많이 드러나지 않은 베일에 가려진 왕국이기에 오히려 더 창작에 의욕을 촉발하는 걸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의 소재가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표지에 나온 소녀 울이는 귀신같은 것을 보는 아이다.

얼마 전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오빠로 인해 침통한 집에서 오빠의 천도제가 열리고,

그때 우연히 나타난 아이 귀신, 성이를 만나게 된다.


갑자기 나타난 성이는 자신의 무덤이 울이의 집 아래에 있다며 그곳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하고

울이의 주변을 맴돌고, 그런 울이의 행동이 성이는 성가시다.


오빠가 죽고 항상 우울증에 걸려 자신을 소외시키는 엄마를 간수하는 것도 벅찬데 귀신이라니.

거기다 동네마저도 주위에 재개발 열풍으로 사람들은 저마다 오랫동안 살던 집을 팔고 떠나고

그래서 남은 집도 별로 없는 곳에서 가족들은 죽은 오빠의 자취를 붙들고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딜 가도 마음에 의지할 곳이 없던 울이는 성가신 성이와 점점 친구가 되어가고

그러면서 그곳을 개발하려는 시공사, 발굴하려는 문화재청, 도굴하려는 도굴꾼들의 등장에 위기가 다가온다.


과연 울이는 그런 어른들의 탐욕 속에서 가족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성이가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에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는 2천년의 신비를 담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동화라지만 배경이 완전한 현대라는 점에서 클리셰를 비튼 독특함을 느꼈다.

그런데 거기에 등장인물 중에 하나는 유령이라니? 뭔가 역사동화라는 프레임의 틀을 완전히 거부하는

신선한 접근과 내용 구성이 유쾌함을 던져주고 시작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일러스트의 역할도 컸지만 뭔가 침체된 집에서

마음의 끈을 놓지 않으려 버티는 울이와 2천년의 시간을 넘어 처음 만난 친구와 지내면서

소중한 마음의 사라지지 않게 버팅기는 성이의 모습이 사뭇 너무 진지해서 굳어지기 쉬운 이야기임에도

아이들의 밝고 구김없는 모습을 통해 균형을 맞추고 귀여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거기다 역사동화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에 역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묻는 교훈도 있었고.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문제 앞에서 보존될 역사 유물이 얼마나 되려나?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은 안다. 하지만 재개발이라는 욕망 앞에서 과거의 교훈과 미래의 성장은 의외로

간단히 무시되는 현실이니깐. 이 작품은 그런 사정에 더불어 도굴과 문화재 보호라는 측면에서 나타나는

모순까지도 한꺼번에 꼬집은 점에서 상당히 훌룡한 사회 고발 스토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심사평에서 언급되듯이 가족, 추리, 심령, 범죄, 역사를 아우르는 쉽게 믹스하기 힘든

이야기를 무리수없이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어우, 하나의 이야기에 이런 다양한 포인트를 다 녹여내다니... 어떻게 이런 필력이 나오는 걸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묘하게 친숙하다는 기분에 즐거움을 느꼈다.

풍납동과 석촌동 고분은 우리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편이고, 예전에 아이들 학원도 근처에 있어서

종종 가족들이 다같이 들려봤던 장소이기도 하다.


넓직한 공원에 여기저기 2천년전의 백제의 기억이 묻혀져 있는 고분들을 보면서

고즈넉하면서도 감회가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풍경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보니

또 느낌이 새롭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역사동화라고 하지만, 그 시대를 돌이켜 반추하기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과거를 잊지 않고, 좀더 나은 미래를 향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나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은 마땅히 추천받아야 할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한번 그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이 책을 들고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고분 공원에서 현장의 느낌을 실감하며 두 아이가 필사적으로 찾아헤맨

돌방무덤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역사공부는 충분할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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