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손이 두부
오늘 리뷰할 작품은 지난번에 말했던 비룡소 역사동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막손이 두부다.
뭔가 역사의 무게와 동시에 포근하고 고소한 두부 내음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이 작품을 즐겁게 리뷰해보도록 하자.
작품의 시작은 주인공 막손이가 도공 마을에서 병치레를 떨치고 일어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막손이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 붙잡혀서 끌려간 조선 도공의 자식이다.
하지만 최고의 도공이었던 아버지는 끌려오는 배에서 숨을 거두고 막손이는 단신으로 일본에 떨어진다.
같이 끌려온 아버지의 동료 도공들은 막손이를 챙겨주려고 하지만,
그들을 끌고 온 일본 번주와 그 부하 무사들은 대우받는 도공들을 시샘하고 막손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하급 무사의 노비로 보내버리게 된다.
아버지를 따라 도공의 꿈을 꾸던 막손이는 졸지에 아이 많은 무사 집안의 노비가 되어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일본인 아이 아키라와 료코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이웃에서 마찬가지로 붙잡혀 온 조선인 호인 아재도 만나며 삶의 여유를 찾아간다.
특히 막손이와 마찬가지로 노비 신세인 호인 아재는 형편없는 일본 두부 대신에
자신의 실력으로 만든 조선 두부를 만들고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두부는 일본에서 대박이 난다.
그걸 본 막손이는 호인 아재의 일을 돕게 되고, 그러다 자신이 두부만드는 일에도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막손이와 호인 아재가 만든 두부가 인기가 올라가면서, 그를 시샘하던 번주의
부하인 가와치와 겐조는 두부 기술을 가로채서 자기 손에 넣으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손이와 호인 아재, 그리고 도와주던 일본인들에게 위협을 가한다.
과연 막손이는 그런 겐조와 가와치의 위협을 이겨내고 무사히 두부를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끌려간 일본에서 막손이는 과연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우리가 보듬지 못한 조선의 장인들이 억척스럽게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단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강렬하게 받은 인상은 발상의 파격적일 정도의 신선함이었다.
와... 어지간해서는 일본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에서 감정과 분노를 덜어내고 쓰기 쉽지 않을텐데.
거기다 두부라는 생각치도 못한 한일 식문화의 이야기가 포인트로 잡히다니.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이런 예전에 없던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리는 발상에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히 두부를 만들고 자신의 길을 찾고 성장하는 이야기만 갇혀있지 않는다.
은근히 무거운 일본의 만만치 않은 억압되고 궁핍한 사회상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고,
국가적 감정에 매몰되어 그려내기 힘든 선량한 일본인 친구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동감있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아이의 성장과 극복의 서사에 안주하지 않고 좀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 그 누구에게도 일본이 좋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그 싫어하는 일본의 사회상과 역사를 제대로 아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일과 혐일은 쉽다. 하지만 극일과 득일의 길은 멀다. 역사라는 것이 과거를 통해 배우고 나아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 상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 나라에서는 상대가 어떤지를 배우기 보다는, 먼저 혐오하는 것이 우선인 기분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이야기가 끌려간 도공의 비극과 도래인의 성공만 비추었다면 고만고만한 서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 배경에 깔린 중세 일본의 사회상과 복잡한 구조를 통찰하고,
그곳에 우리 조선 아이의 시선을 통해 상대방의 내면과 실체를 투영해서 보는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동시에 선량한 개인과 사악한 조직이라는 인류가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풀기 힘든
딜레마에 대해서도 무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본인 친구라는 쉽지 않은 화두를 이런 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찬성하고 싶다.
그리고 동시에 이 작품은 묘하게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식문화의 정수, 두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사실 흔한 음식일 것이다. 근데 외국나가면 은근 그리워지는 신기한 음식이기도 하다.
그 따끈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나며, 그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두부의 향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에서 막손이가 느낀 설움과 그리움, 그리고 동기를 이해하기 충분할 것이다.
그래서, 덕분에 오랜만에 미식 리뷰로 작품을 평하자면, 우리 DNA에 새겨진 그리움과 포근함의
정수를 담은 최고의 한식 정찬을 이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금 용기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고. 뭔가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이야기에서
민감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이 작품은 쓸 용기를 나에게 주었다.
그래. 이야기는 경계에 구애받아서는 안되지. 그리고 항상 휴머니즘에 맞추어져야 하고.
덕분에 좋은 기운과 망설이던 이야기를 쓸 동기를 받은 이 작품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오늘은 왠지 두부를 곁들인 저녁을 생각해보며 오늘의 포만감마저 느껴지는 리뷰를 마친다.
#막손이두부 #모세영 #강전희 #비룡소 #비룡소역사동화수상작 #두부 #도공 #임진왜란 #역사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