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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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요즘, 체감보다 빠르게 여름의 기분을 만끽하게 만들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비룡소 스토리킹 1회 당선작 남매의 탄생으로 유명하신 안세화 작가님의 신작

'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를 늘어짐과 무더위보다는 열정과 싱그러움이 남은 초여름의 기분으로 리뷰해보자.


사실 이 작품을 접한 것은 간간히 들리던 서점에 서가에서 진열된 신작 코너였다.

뭔가 제목만 봐도 청춘의 풋풋함과 아스라함이 느껴지고 일러스트의 엇갈림이 시선을 잡아끄는 작품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아이들을 위해 빌려온 책으로 집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눈여겨 보았던 기대감을 품고 책을 집어들어 순식간에 완독하여 버렸다.


작품의 내용은 한 소녀가 일상의 풍경을 무시하고 필사적으로 바다를 향해 달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한 소년, 그리고 장면이 전환된다.


은호와 도희,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것이 일상인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서로 접점이 전혀 없는

두 아이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그건 바로 두 사람을 누군가 스토킹하고 있다는 것.

각자에게 벌어진 스토킹은 전혀 모르던 두 아이를 만나게 하고 두 사람은 스토커의 정체를 추적한다.


그리고 동시에 왜 한 스토커가 두 사람을 스토킹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서로가 가진 접점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얘기해봐도 도무지 겹치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두 사람. 그런데 우연히 생각치도 못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바로, 두 사람은 여섯살때 기억이 희미하고, 동시에 바다를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

소름돋는 공통점을 역추적하며 그때 있었던 일을 조사하던 두 사람. 그리고 예상치 못한 기사를 보게 된다.

그건 바로 두 사람이 바다에 빠진 사고가 있었고, 그런 둘을 구하고 희생한 한 소년이 있다는 사실.


그래서 그 사건의 현장인 바다를 향해 여행을 떠난 두 사람.

그곳에서 둘은 자신을 구하고 희생된 은인의 무덤을 찾아 추모하게 되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찾으며 그 동네를 헤맨다. 그리고 두 아이를 알아본 마을 사람들로부터 진상을 듣게 된다.


자신을 구한 소년은 동네에 인기인인 수빈이었고, 자신을 스토킹하던 스토커의 정체는

수빈의 절친이었던 나은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때 두 사람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나은. 스토킹에 대한 사과와 함께 나은은 의문의 말을 남긴다.

자신은 완전히 제 정신이라는 말을. 그 의문스러운 말에 두 사람은 더 의문에 빠진다.


과연 수빈이 그들을 구한 날의 사고의 진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은이 그토록 절박하게 달려가던 너의 여름은 대체 어디일까?

시간을 뛰어넘는 청춘의 미스터리가 바다 위 파도의 포말처럼 펼쳐진다.


자, 내용에 대해서는 대충 이 정도로 정리하고, 소감을 하나씩 적어보자면,

일단 이 이야기는 정말 청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풋풋하고 구김없고 좌충우돌하는 청춘의 싱그러움이 이보다도 더 잘 그려진 작품이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련함과 돌이킬 수 없는 후회, 그리고 애절함의 청춘도 동시에 잘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되게 놀라운 작품이었다.


사실 청춘의 이야기는 미치도록 밝거나 아니면 한도 끝도 없이 애절하거나 양쪽에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두마리 토끼를 한손에 잡아? 와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 구조를 떠올릴 수 있을까?

물론 아주 어려운 트릭은 아니다.


작품 속에서는 현실을 살아가는 은호와 도희의 추모 여행과 어른이 된 수빈의 친구들의 추억의 이야기와

동시에 나은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애절함과 절박함, 그리고 되돌리고 싶은 시간의 망집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그래서 두 이야기가 복잡한 나선을 그리며 교차하고 꼬여가기에 그런 복합적인 내용의 풍부함이 가능하다.


우리는 은호와 도희가 만난 수빈의 친구들의 회상을 통해 너무나도 푸르렀던 수빈의 그 시간을 듣고 미소짓고,

이어서 나은이 필사적으로 달려가고 현실에 바꾸려하는 운명에 아련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샤프슈터가 제대로 명중시킨 트윈샷이 바로 이런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가지 공존하기 힘든 풍경과 서사를 동시에 잡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작품은 삶의 중요함이 그저 살아감이 아닌 어떤 식으로 살아가느냐에 대해 논하는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좀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만화 원피스에 그런 대사가 있다. 사람이 죽는 것은 잊혀졌을 때라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그 대사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삶이란 단순히 살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닿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며 살아가는 것...

오롯히 나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살아가는 것이 온전한 삶이다.

그래서 수빈의 삶은 찬란하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의 기억 속에,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그리고 나은의 꿈속에,

마지막으로 은호와 도희의 기억 속에서 수빈은 살아있다. 가장 푸르렀던 청춘의 그 모습으로 영원히.

쉽게 동의하기 힘든 이도 있겠지만 내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 작품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 아이들은 틀림없이 닿았고, 그 여름 속에 그는 틀림없이 살아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리고 그것을 가슴에 품은 이들이 살아있는 한, 그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아련하고 슬픈 결말일지 모르는 이 이야기를 나는 억지로라도 행복하다 말하며 책을 덮었다.

그래야지만 그 아이가 내 안에서 계속 환하게 미소짓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음... 뭔가 감상을 쓰다보니, 어느 때보다도 책을 읽지 못한 분들에게 불친절한

니만 아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감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해를 구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 정도로 감상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니깐.


아직 해맑기만 한 우리 아이들이 어찌보면 무거울지도 모를 이 이야기를 보고 어떤 식으로 생과 사의 의미,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영원히 빛날 청춘의 캔버스를 반응할지는 모르겠다.

부디 조금은 행복한 마음으로 그 아이들의 정서에 공감하는 감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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