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발 고라니 푸푸

세 발 고라니 푸푸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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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여러가지 일로 바빠서 책을 손에 집을 시간이 없었고, 덕분에 블로그도 자주 오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의 절반이 끝나가던 시점에 겨우 바쁜 일들을 마치고 미뤄두었던 책을 집어들 수 있었다.


조금은 너무 오랜 공백과 고갈된 독서욕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든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이 작품, 개똥이네 놀이터 공모전 3회 당선작 세 발 고라니 푸푸였다.

요즘 동화 트렌드를 봐도 보기 드문 고전적이고 자연주의적인 품격이 담긴 작품을 즐겁게 리뷰해보고자 한다.


작품의 시작은 귀촌해서 소를 키우는 소아저씨가 밤에 차를 몰고 가다가 우연히

길을 막아선 고라니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길을 막고 피하지 않던 고라니는 알고보니 길가에서 차에

치여 다친 새끼 고라니를 보호하려고 위험을 무릎쓰고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소아저씨는 새끼 고라니가 딱해서 병원에 데려가 주기로 하고, 어미 고라니와 암묵적인 약속을 하고

새끼를 병원에 데려간다. 하지만 새끼는 이미 상태가 안좋아서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덕분에 한쪽 다리를 잃고 세 발이 된 고라니를 데려온 소아저씨,

그런 소아저씨의 집에 같은 동네에 사는 남매인 누리와 보리가 고라니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름도 고라니가 방구뀌는 모습을 보고 푸푸라고 지어주게 된다.


엄마의 병으로 할마니 집에 맡겨져서 시골에 살게 된 남매는 또래가 없는 동네에서 쓸쓸해 하다

나타난 푸푸를 돌봐주게 되고 두 아이와 한 고라니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푸푸가 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당장 콩잎을 좋아하는 푸푸는 동네 콩밭에 콩잎을 뜯어먹기 시작하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주의를 주지만 푸푸가 말을 들을리는 없고, 그래서 소아저씨는 푸푸를 집에 묶어놓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콩잎이 뜯겨져 나가는 일이 벌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푸푸의 어미가 찾아와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푸푸를 어미에게 돌려보내라고 강요한다.


남매는 겨우 생긴 친구를 보내기 싫어하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소아저씨는 어쩔 수 없이

푸푸를 보내려고 하고, 결국 푸푸의 어미를 찾아서 돌려보내주게 된다.


그렇게 푸푸는 돌아가게 되는 줄 알았는데 겨울이 찾아오자 어미 고라니가 소아저씨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고, 소아저씨는 다친 다리 덕분에 눈에 파묻혀 나오지 못하는 푸푸를 발견하고

다시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그리고 푸푸가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게 의족도 맞춰주고, 남의 밭을 맘대로 해치지 않게

따로 먹이를 주는 곳도 마련해주는 등 여러가지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런 소아저씨와 남매의 노력과 무관하게 마을에서는 유해조수를 잡으려는

사냥꾼이 찾아오게 되고, 남매의 엄마도 수술을 받게 되고, 남매의 여동생 누리가 아프는 등의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간다.


과연 푸푸와 남매와 소아저씨는 이 상황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을까?

선악으로 구분지을 수 없는 동물과의 공존에 대해서 마을 사람들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더없이 자연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은 푸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용에 대한 소개는 대충 이 정도로 하고, 일단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정말로 요즘 보기 드문 지극히 자연주의적인 관점의 동물을 테마로 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도서관에 동물 나오는 책들 많은데?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을테니깐. 물론 그 말도 맞다. 동물이 나오는 동화는 넘치도록 많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까? 동물이 말을 하지 않고, 특수한 능력을 가지지 않고, 1인칭 시점을 가지지 않은

정말 동물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리얼리티가 반영된 작품은 얼마나 될까? 의외로 많지 않다.


동화의 영역은 무한한 상상력을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의외로 더 동물이 있는 그대로의 동물이 아니라

의인화되었거나 혹은 인격화된 캐릭터로서의 동물은 쉽게 등장하지만, 본연의 야성을 가진

동물 그 자체로 등장하는 것은... 의외로 요즘은 도서관에서도 되게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마이너한 장르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과거에는 그런 작품이 제법 주류였다.

굳이 시튼 동물기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디즈니나 디스커버리에서 제작되는 작품들을 보면 다큐멘터리와

혼합된 요소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동물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간과 교감하거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다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트렌드는 점점 밀려난 기분이다.


뭐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와 밈의 시대에서 있는 그대로의 본연의 동물로 뭔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도 않고 의외로 공감도 잘 안되는 것이 사실이니깐.

그리고 설령 한다고 해도 그 대상이 많이 좁아져서 고양이와 개에게만 맞춰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이 작품은 정말로 요즘 보기 드문 클래식한 느낌의

동물과 인간의 모습을 마치 눈앞에서 카메라로 리얼리티를 담아 그려낸 듯한

자연친화적인 동화의 명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어찌보면 가혹한 느낌마저 드는 이야기일수도 있다. 시작하자마자 차에 짖밟혀서 다리를 잃고

세발로 다니게 된 새끼 고라니, 고라니를 이뻐는 하지만 그렇다고 생계가 달린 밭을 망칠 수도 없는 주민들,

부모의 사정으로 할머니에게 맡겨져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이들,

유해조수를 사냥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도 좋지 않은 시선에 난감한 입장인 사냥꾼들...


모든 사람들이 다들 너무나 현실적인 고민과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고, 일반적인 동화라면 마법같은

간단한 요소로 해결될 일들을 현실속에서 부딪쳐가고 아파가면서 갈등을 봉합하고 해결해나간다.


그래서 어찌보면 상당히 에린 느낌을 주는 작품이지만 그렇기에 이 작품은 진정성과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가는 관점에서 동화적인 위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것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조하고 거기서 이겨내는 힘과 소통하는 마음과 함게 살아가는 지혜를 주는 것도 동화의 몫이니깐


그래서 이 이야기는 동화이지만 동시에 현실이고, 고라니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사람의 이야기이며,

쓰린 이야기지만 동시에 더없이 아름다운 이 세상에 바치는 찬가와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나는 더 없이 흐믓한 기분으로 점점 염세적으로 흘러가는 세상의

정서와 무관하게 아직도 삶은 살아볼만하고,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역시나 어른들에게 더 공감이 가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같이 감동을 느낄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머리 속에서 한쪽 발을 쩔뚝이면서도 더없이 사랑스러운

푸푸를 만날 초여름의 감동이 되리라 추천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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