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드립니다, 달떡 연구소
지난번에 보리개똥이네 창작동화 공모전에 당선되고,
감사하게도 출판사로부터 과거 공모전에 당선되어 연재되고 출간된 작품들을 선물로 주셨다.
한동안 리뷰하거나 읽을 책을 고르는 일로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적절하게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결코 수준이 낮지 않은 품격이 있는 시리즈를 손에 넣게 되어 찬찬히 읽어보며 리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오늘 리뷰할 작품은 제 1회 보리개똥이네 창작동화공모전 수상작인 이현아 작가님의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달떡 연구소이다.
동화지만 결코 가볍거나 유치하지 않은 명작 동화의 이야기에 오늘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작품의 배경은 달에 간 옥토끼들이 지구의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달떡을
가지고 찾아오고 그럼 아이들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대신 간절한 마음이 담긴 물을 받아서
달에 심은 계수나무에 준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제 그 전설도 과거의 것으로 여겨지고, 달에는 토끼들에 의해 세워진 현대적인 달떡 문명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 토린은 달떡 장인 집안으로 항상 새로운 달떡 연구에 야심이 많은 친구다.
그런데 최근 만들어지는 달떡들이 뭔가 오염된 징후가 보이고, 달떡 연구소와 옥토끼 도시의
시장은 미묘한 대립을 하는 과정에서 토린은 생각치도 못한 발령이 나게 된다.
그건 바로 항상 바라던 연구팀 쪽이 아니라, 소원팀으로 가서 소원을 들어주는 현장 일을 하라는 것이다.
물론 그건 단순한 심술이 아니라 최근 옥토끼 도시에 깔리는 의혹도 같이 해결하란 것이기도 했다.
내키지 않은 발령에 연이어 같이 일하게 된 후배 토끼 아리는 항상 천방지축에 실수투성이다.
그래서 어찌저찌 시행착오를 하면서 지구로 내려가서 달떡의 소원을 바란 아이 나래를 찾아가는 토린.
그런데 예상 밖의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나래는 소원을 맘대로 바꾸는 변덕쟁이 아이였던 것이다.
덕분에 원래 소원이었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건 물건너가고, 갑자기 놀이공원에 끌려가게 된 토린과 아리.
가면서도 툭닥거리며 서로에게 불만이 가득한 토린과 나래. 그런데 거기서 생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지구에 있어서는 안될 이상한 분위기의 붉은 달떡이 숨겨진 비밀의 장소가 나타나고,
달에 있어야 할 옥토끼들이 갑자기 나타나 토린 일행을 붙잡아 간다.
그래서 끌려간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놀랍게도 옥토끼 도시의 시장.
그의 입에서 달떡의 오랜 비밀과 소원들 들어주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와 배신.
그리고 거기에 분노하여 만들어진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연 그 음모에 맞서 토린은 어떻게 대응할까?
지구와 달을 오가는 전래동화 속 토끼들의 긴장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가 펼쳐진다.
와우... 매번 동화와 청소년 작품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첫인상을 받게 되기는 하지만,
이번 작품만큰 생각했던 모습과 실제 내용이 확연히 다르고 기대 이상의 전개를 맛본 것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사실 표지를 보았을 때만 해도, 무난하게 소원을 비는 아이와 토끼들이 돌아다니는
정석적이고 평범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감상은...
주토피아 뺨치는 수준의 제대로 된 걸작 동화 버디 액션물이 요기있네?
절대로 과장된 의미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결코 나이브한 권선징악과 복도식 단순전개를 사용하지 않는다.
서로 속셈과 생각이 있는 아이와 토끼들의 개성들도 철철 넘치고, 그런 캐릭터들이 서로의
이유과 목적을 위해 저마다의 액션을 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케미가 폭발하면서 한편의 제대로된 장르가 된다.
정말로 주토피아를 보았을 때, 단순한 토끼와 여우의 단순 활극이 아닌 동물을 인종차별에 빗대
만든 단순하지 않은 입체적인 액션물을 느꼈다면, 이 작품에서도 비슷한 감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디즈니 타이틀 작품에 버금가는 이런 작품이 조용히 묻혀져 있었다니...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거나 의미를 여러번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았다.
스피디하고 긴박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다음다음이 계속 기대하게 되어
읽는 것을 멈추거나 돌아갈 생각을 전혀 할 수가 없었으니깐.
보리출판사가 지향하는 작품의 세계가 동화 본연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결코 고정된 인식에 매몰되거나
너무 판에 박힌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고, 오히려 요즘 아이들이 제대로 원픽할 작품을
선발하신다는 점을 새삼 깨닭게 된다. 동시에 내가 쓴 작품에 대해서는 다소 민망함을 느끼기도 했고.
아... 내 작품 첨부터 이런 걸작이 나온 공모전에 과연 발가락 걸칠 수준이 되었던 걸까?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튼 읽고나서 책을 덮으면서도 든 생각은 이 작품은 그대로 대본으로 만들고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와 그래픽을 담은 동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함을 찾기는 힘들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지적 추론에 도전장을 내미는 느낌이었으니깐.
뭐, 요즘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고, 읽어도 캐릭터들이 편향된 장르에 많이 매몰된 것은 알지만
가끔은 주토피아의 성공 예시처럼, 이런 입체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타이틀화를 통해서
색다른 재미와 트렌드를 여는 날도 언젠가 오지 않을까 기대와 희망을 꿈꾸게 된다.
현충일을 낀 주말 연휴의 마지막을 천방지축 토끼들의 벌이는 신나는 활극으로 유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 진심으로 흡족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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