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오늘 소개할 작품은 단요 작가님의 2022년작 다이브이다.
이미 여러번 소문을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이래저래 미루다 이제서야 손에 집어 들었다.
소문으로 들리던 서정적 SF의 거장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는 명작에 오늘 한번 빠져보자.
이야기는 물에 침수된 서울, 거기서도 둔지산에 자리잡고 물에 빠진 도시에서 침수된 물건들을
건져오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물꾼 소녀, 선율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선율은 초조하다. 왜냐하면 한때는 같이 둔지산에 살던 친구였지만,
남산으로 이주한 다음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우찬과의 내기 때문이다.
내기의 종목은 당연히 물속에서 더 진귀한 물건을 꺼내오는 쪽이 승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장비도 도와줄 사람도 부족한 둔지산의 여건 덕분에 선율은 성과가 미미하다.
그러다 결국 과감하게 수색해보지 않은 곳으로 들어간 선율은 우연히 그곳에서
튜브에 들어있는 기계인간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또래 소녀로 보이는 기계인간.
선율은 그것을 가지고 뭍으로 올라온다.
튜브에서 그 소녀를 꺼내고 전원을 넣자 소녀는 곧 눈을 뜬다.
그리고 선율은 그 소녀가 예전에 죽은 사람의 기억을 집어 넣어서 사람처럼 살게 만들어진
기계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기계인간 소녀는 자신을 수호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수호는 의문스럽다. 당장 눈을 뜬 세계가 물속에 잠겨 있는 것도 기이하지만,
그보다는 더 의아한 것이 생전의 자신의 마지막 기억과 세상이 이렇게 된 시기가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왜 그녀는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부터 그곳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일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수호는 선율의 내기에 도움이 되기로 하고, 대신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같이 다니게 된 수호와 선율,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주변의 사람들, 둔지산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삼촌과 라이벌인 남산의 우찬,
항상 직설적인 얘기만 하는 지오와 떼쟁이 소녀 지아까지 소소한 이야기가 스쳐간다.
그리고 결국 내기에 승리한 선율은 우찬에게 받은 잠수 장비를 이용해서 수호와 약속한
그녀의 집으로 잠수에 나서고 그곳에서 왜 그녀가 봉인되었는지 단서를 찾아나서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두 사람은 생각치도 못한 반전을 맞이한다.
과연 수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사사건건 선율에게 시비를 거는 우찬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세상이 물속에 잠긴 멸망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서정적이고도 아련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단 책을 읽고 난 첫소감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방향성이 엇갈렸다는 느낌이었다.
뭐랄까나... 난 일단 수몰된 세상에서 잠수하며 그 속에 숨겨진 것들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본격적인 심해를 배경으로 한 SF 모험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근데 책을 읽어보니 그런 느낌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물에 잠겨서 멸망한 세상이란 키워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좀더 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과 죽음을 직면하는 관점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였더라.
그러니 엇나간 기대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관점에서 작품을 재해석해볼
여지가 다양하게 생긴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더랬다. 여기서 의미하는 침수된 세상의 의미에 대해서.
이 작품에서 차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테마는 삶과 죽음이다.
선율과 수호는 물론이고 삼촌과 우찬까지도 모두가 이 척박한 세상에서 살아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과 사, 그리고 내게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고민을 끌어안고 있다.
그래서 작품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던져지는 침수된 세상은 마치 사후세계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존재했지만 이제 모든 것이 물에 잠겨 가라앉은 세상,
하지만 거기에 과거의 편의와 잃어버린 추억, 그리고 자기 자신마저도 잠들어 있다.
그 공간을 돌아다니며 거기서 뭔가를 물 밖으로 끌어내는 작중의 물꾼들은 그런 의미에서
망자를 깨워 생을 부여하는 초자연적인 의미까지도 부여하고 싶은 역할을 수행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뭔가 초연하다.
단순히 작품이 서정적이고 시적인 느낌이어서만은 아니다. 각자의 인물들이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 속에서 처절한 삶 속에서 버둥거리는 말초적이고 생물적인 이기가 없다.
그저 이 세상을 관조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그 여운을 남기지 않고 인도하며 도와주는 것...
마치 그것이 사명이고 의무라는 것처럼 묵묵하게 수행하며 별일 아니란 듯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 내 마음대로 부제를 붙인다면 죽은 물꾼들의 사회라는 좀 우스꽝스러운 패러디를 하고 싶다고.
그래서 여러가지로 색다른 작품이었다. 기존의 작품들이 멸망한 세계를 다루는 관점에서
좀더 자기 중심적이고 게임 속 모험의 느낌을 많이 차용하는 것에 비해서,
이 작품은 잔잔하면서도 온유하게 세상을 수용하는 시인들의 여정을 보는 것과 같았으니깐.
괜히 단요 작가가 서정적인 SF의 거장이라는 평을 듣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보면서, 마치 내가 게임 속에 그 등장인물이 되어 몰입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면,
오늘만큼은 그들의 옆에서 노을진 바다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읖조리는 시인이 된 느낌이었다.
확실히 하나의 작품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무한히 다양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뭔가를 쓰는 이로서 이런 복합적인 시각과 관점으로 이야기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되고.
덕분에 여러모로 생각할 것이 많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 하루를 물에 잠긴 것과 다름없는 침잠된 공간에 죽은 채로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철학적인 자조를 곁들이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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