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지난 번에 여기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김하연 작가님의 나만 아는 거짓말에 감동이 여운이 남아서일까?
동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 중에 비슷한 느낌을 기대하고 바로 집어든 작품이
오늘 소개할 바로 이 작품, 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이다.
근데 읽어보고 난 소감은 완전이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쪽으로. 실제 존재하는 중학교 추리소설 창작반을 모티브로 글을 쓰셨다는
생기발랄하고 엉뚱한 여중생들의 사건 추리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보자.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 오지은, 하지만 평소에 하는 말투가 사이보그 같다고 해서,
싸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우리의 여중생 명탐정께서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평소에 대화하는 방식이 엉뚱해서 돌려말하거나 가식을 담아서 얘기하지 못하고,
팩트 기반으로만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야기도 컴퓨터에 정리를 해서 다시 읽어봐야 그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 좀 이상한 우리의 주인공.
그런 그녀가 추리소설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것은, 동아리를 담당하시는 국어 쌤이 해준
격려에 감동한 탓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을 팩트 위주로만 생각하고 말하는 그녀에게
추리소설을 창작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이다.
그래서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싸보에게 쌤은 조언을 해준다.
굳이 창작을 하기 어렵다면, 실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논픽션을 써보라고.
그 말에 싸보는 주말을 같이 보내는 외할아버지 댁 근처에서 예전에 벌어진
초등학교 방화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2년 전에 마침 학교 캠핑 축제가 벌어졌던 날 벌어진 방화로 학교는 전소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으로 평소에 학교에서 담배를 피던 버릇을 고치지 못했던
만학도 영자 할머니로 밝혀지게 된다.
하지만 싸보는 거기에 의문을 가진다. 예전에 엄마가 이혼하고 할아버지 댁에 맡겨졌을 때,
자신을 친할머니처럼 아껴준 영자 할머니가 그런 짓을 벌였다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범인은 명백하게 영자 할머니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싸보는 그날의 사건을 하나하나 노트북에 기록해 나간다.
사람들의 증언과 목격담이 쌓여가고, 이야기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와중에서 생각치도 못한
엇갈리는 증언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싸보.
그래서 같은 동아리에 호기심 만땅인 친구, 평소에 심해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심해영과 같이
이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과 증언들을 더 넓게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는 과정에 싸보에게 날아온 의문의 협박. 수사를 그만두라는 말에 싸보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찰라, 생각치도 못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그건 바로 할머니라면 그날 방화 현장에서 신지 않았을 신발에 대한 CCTV 사진.
그것을 토대로 싸보는 다시 사건에 뛰어든다.
과연 방화사건의 진상은 무엇이고,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싸보에게 그것을 협박하고 수사를 방해했을까?
엉뚱함이 터져나가는 여중생들의 발랄한 수사가 시작된다.
일단,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와... 나만 아는 거짓말을 보고 나서 생각한 이 작품의 느낌은, 조금 가볍더라도 비슷한 톤의
정제된 추리 서사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아니 근데... 이 무슨 폭소 만발의 이야기람?
우리의 주인공 싸보와 그녀의 왓슨인 심해어가 벌이는 엉뚱함이 넘쳐나는 수사극은
보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게 만들었더랬다.
사실 지난번 나만 아는 거짓말에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추리물은 은근 쓰기 어려운 면모가 있다.
묘하게 어려운 트릭 구성도 그렇지만, 그 대상이 청소년이나 어린이일 경우
쓸데없이 잔혹한 사건이나 복잡한 전개를 쓸수 없다는 점은 한계라면 한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가지 변주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이 작품에서는 의외로 정공법을 썼다.
그건 바로 사건의 팩트만 나열해서 증언들을 연결해 모순점을 찾는 가장 상식적인 수사 방법.
그래서 되려 의외였다. 요새 너무 천재 탐정들이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자기 논리대로 이야기를
쫙 풀어서 사건을 해결해주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탓일까?
쓸데없어 보이지만 사소한 것 하나까지 하나하나 기록하며 사건의 팩트를 통해 결론에 다다르는
여중생 탐정들의 정석적인 방법에 감탄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단순한 추리의 재미 뿐만 아니라 두 여중생의 독특한 케미에서 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좌퉁우돌 수사극의 이야기도 너무 터졌다.
팩트만 논해서 싸이보그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좋아하는 남자애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소녀소녀해지는 우리의 주인공도 웃기지만, 그런 싸보의 옆에서 이리저리 맴돌면서
사건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왓슨, 심해어의 대활약도 너무나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와우... 빙과 이후에 이렇게 케미 터지는 수사 버디가 존재했던가나?
근래의 청소년 소설 장르에서 보기 힘들었던 웃음과 재미가 터지는 캐릭터들이었고,
그래서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었다.
거기다 이 작품의 기반이 실제 존재하는 여중의 추리소설반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물론 이 작품에서 다루는 사건처럼 실제 사건에 휘말리지는 않겠지만,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하는 여중생들이 모인 추리동아리의 진지함과 그 매력에 매료되어
작가님으로 하여금 펜을 들게 만들 모티브를 제공한 사실도 너무 좋았다.
확실히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는 모호한 창작이 따라가기 힘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왠지 현실 속에 깨발랄한 소녀들이 풀어내는 이 이야기는
맹랑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되고 비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명불허전의 김하연 작가님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면서,
한번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추리소설을 좀더 읽어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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