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사실 이 책을 리뷰하면서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워낙에 공인된 베스트셀러이고, 누가 봐도 흠잡기 어려운 정말 잘만든 청소년 문학의 걸작이라
감히 내가 이런저런 의견을 써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감동과 여운을 담아서 한번 후일담처럼 이야기를 메모하고 싶다.
그런 기분으로 책을 리뷰해본다.
내용은 간단하다. 주인공 소녀 은유가 쓴 늦게 도착하는 우체통에서 보내진 편지가
자신과 같은 이름의 소녀에게 배달되고, 그 소녀가 답장을 하면서 두 소녀의 펜팔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둘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을 건너뛴다는 것은 흔한 소재이지만, 그렇기에 더 매력적이고 기존에 없던 것을
다시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왕도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왕도의 길이랄까?
거기서 이꽃님 작가는 기발한 변칙이나 독특한 변주를 넣는 대신, 정말로 정도의 길을 걷는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작품 초반에 이 작품의 반전이 뭐고 어떤 결말이 날지
대충 짐작하고 거의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니깐.
하지만 그것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내용을 결코 식상하거나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편지 구절구절 하나에 담겨진 두 사람의 마음과 간절함, 그리고 바램이 교차하는 것을
만끽하면서 어떻게든 결말이 자신이 상상한 것이 아니기를 절실히 빌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내가 이전에 느꼈던 이꽃님 작가님의 스타일은 섬세하지만 의외로 거친 청소년들의
날카로운 감수성을 가장 잘 담은 느낌이었다. 마치, 바늘이 꽂힌 테디베어를 보는 기분이랄까?
아슬아슬하면서도 날카롭기 그지없는 전개가 딱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작품과 다른 상당한 이질감을 느꼈다.
섬세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하지만 오히려 부드럽게 파고드는 그 필력이 작가가 한단계 더 올라가셨다는 걸
체감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기존에 선입견처럼 가지고 있던 그 서늘함을 기대하다가,
이 책을 통해 느낀 따스함은... 참, 사람을 먹먹하면서도 헤어나오기 힘든 감정에 빠뜨렸다.
온 가족이 다 같이 보면서 눈씨울을 적신 첫 작품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참으로 왕도에 가까운 작품이며, 사람에 대한 따스함과 섬세함을 담고 있고
그 매력에 빠진 사람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었다.
듣자하니 넷플릭스에서 영상화가 준비되고 있다고 하는데, 나온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두 소녀 사이에서 오가는 편지만으로도, 사람은 얼마나 깊은 감동에 빠질 수 있는지
책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나눴던 웃픈 여담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이거 속편 나왔데."
"그건 죽이고 싶은 아이."
"응? 속편에서 왜 애를 죽여?"
"아니, 속편 나온 건 같은 작가님 다른 작품, '죽이고 싶은 아이' 라고!"
"아, 그래? 근데 그건 왜 속편까지 내면서 또 죽여?"
"......"
#세계를건너너에게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