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망이세요?
주말 어린이 도서관은 나에게 있어서 보물섬과 같은 곳이다.
별 생각없이 들러서 돌아보면, 어지간한 책들은 다 봤다고 생각하면서도 꼭 생각치도 못한
보물같은 작품들이 새롭게 눈에 띄니깐 말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 '피망이세요?'도 딱 그런 느낌의 보물이었다.
멍하니 서가를 둘러보다가 눈에 띈 제목이 있었고, 집어들었고, 그리고 시속 208 페이지로 읽었다.
아니, 한시간까지도 아니고 45분 정도였을까?
내용은 이렇다. 집안 체질 때문에 볼수 없는 것을 보는 소녀, 시온
그리고 의문의 전학생 소년 준서. 두 사람은 물건에 붙은 귀신을 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의 친구와 원혼들의 고민과 한을 풀어주게 된다.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소재를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트렌드와
접목시켜서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내었다. 어찌보면 너무 뻔할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사실 그런 뻔하면서도
변함없이 재미를 주는 소재가 항상 사랑을 받는 법이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의 편견도 있기는 했었다. '소리를 삼킨 소년'의 부연정 작가가
쓴 작품이고,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라고 해서 처음만 그렇고 나중에는 많이 무거운 내용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게 이 작품은 시종일관 두 소년 소녀의 현실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한 떡볶이 일당을 밑천으로 한 원혼 달래기 이야기에 몰입하고,
최후의 반전처럼 나오는 보스에게도 그 정도로 심각하게 내용이 흐르지는 않게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유쾌한 버디이고, 보면서 웃음이 나오는 한쌍이었다.
작품이 소개글에 나오는 것처럼 둘의 케미가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된 매력 포인트이고,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가진 고민과 한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요즘, 조금 과하게 몰입하게 하는 소재와 구성을 저학년 작품에도 담으려 하는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이런 담백하고 심플한 내용이야 말로 글을 읽는다는 과정에서 목마르기 쉬운
청량감을 채워주는 신선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직 내용에서 다 풀어내지 못한 남자주인공 사연이 남아있으니, 조심스럽게 속편이 나오는
날을 기대해봐도 좋을지 생각해본다. 근데, 그때도 제목은 피망이려나?
#피망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