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불편한 편의점 이후 서점에는 죄다 형용사 하나 붙이고 힐링하는 가게가 나오는 소설만 꽉 찼다고.
소재와 내용의 획일화에 대한 비꼼이라 은근 좋아요도 많은 글이었다.
근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런 비난에 대해 반론하고 싶다.
그런 작품이 많다고, 그게 무슨 문제가 될 것이 있을까?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언제나 삶은 각박하다. 그래서, 사람은 쉽게 지치고 피폐해지고,
아마도 그런 주장을 했던 사람도, 쉽지 않은 인생의 무게에 묘한 뒤틀림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작품이 주는 작은 힐링을 가식으로 느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내가 느낀 이런 작품 트렌드는 오히려 문학이 가지는 본연의 추구로 보였다.
창작과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결국 그 끝에는 사람들의 이야기, 거기서 오는 휴머니즘일 것이다.
우리 동네에 흔히 있지만 왠지 모르게 마법처럼 우리 마음을 치유해줄 것 같은 가게는
그런 문학이 추구해야 하는 인간의 온기에 가장 근접한 목적을 가졌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게 되는 이 작품,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도 그런 의미에서 추천하고 싶다.
내용은 담백하다. 위에서 언급한 요새 흔한 소재라는 내용처럼, 연남동에 있는 어느 무인 빨래방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서로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내용이 빨래방 다이어리에 담긴다.
그리고, 그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치유해나간다. 빨래방이 주는 라벤더와 코튼 향기 선물과 함께.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너무나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자
내 이야기들이어서 그 몰입감을 높여준다. 물론, 우리네 현실은 이 이야기처럼 쉽게 풀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우리가 느낀 고됨을 잠시 덜고,
그리고 책을 읽기 전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자신과 용기를 가진다.
육아와 전세난에 시달리는 엄마, 입봉하지 못하고 길거리 뮤지션을 응원하는 작가 지망생,
남자친구의 무례함으로 이별하고 고양이를 만난 소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의사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어우러지고 화음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가며 우리에게 감동과 여운을 준다.
특이하게도 다른 작품에서는 존재하는 가게의 주인이나 마스터가 없는 것도 흥미로웠다.
서사를 매끄럽게 풀어주는 진행자가 없이도, 물이 흐르듯이 흘러가는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어가는 작가님의
역량이 존경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러니, 각국에 번역 출간 요청이 쇄도한 것이겠지?
정리하자면, 확실히 흔한 이야기지만 결코 가볍게 한 부류로 취급해서는 안되는 이야기다.
동화 리뷰의 범주에서도 쓰는 것이 망설여지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번쯤 권해주고 싶은 오늘의 힐링이다.
일요일 저녁에 마음의 양식이 되어준 이 작품에 감사하며 리뷰를 마친다.
아, 그리고 다 쓰고 나서 떠오른 여담이 있는데, 사실 이 책을 들고 처음 기대했던 반전이 있었다.
왜 빙글빙글이 아니고, 빙굴빙굴일까? 저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뭐든 이 작품을 관통하고 마지막에 거대한 감동을 몰고오는 방점을 찍는 반전일꺼야. 암!
그런데... 그런거 없더라. 네타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냥 귀여운 의성어인 듯.
#연남동빙굴빙굴빨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