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지구 산책
책을 읽을때 조금 나쁜 버릇이 있다.
그건 바로 책의 타이틀과 표지, 그리고 처음 내용을 토대로 마음대로 책의 내용과 결말을 상상한다는 것이다.
이건, 이런 내용이 아닐까? 이런 반전이 나오지 않을까?
이 캐릭터는 나중에 이런 역할이지 않을까? 그런 다양한 상상으로 처음 독서를 시작하는 이 버릇은
어쩌면 창작을 꿈꾸는 이로서 가진 나쁜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상상은 종종 생각치도 못한 재미를 주기도 하는데
멋지게 상상한 것이 들어맞을 때, 적중했다는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완전히 내가 생각한 것과 벗어난 내용일때, 전혀 생각치도 못한 이야기를 보는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이 작품, 모리와 지구 산책이 후자에 해당되는 경우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추측한 내용은, 자신이 외계인이라 믿는 소녀의
각박한 현실 인정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짜 외계인이었다니. 엇나가도 제대로 엇나가버렸다.
하지만 유쾌한 착오였다. 언제, 무거운 현실의 인정과 성장이 나오나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어찌되었건 아이들의 시선에 맞는 순수한 이해와 환상으로 내용이 마무리되었으니깐.
동화의 결말로 그건 나쁘지 않다. 모든 이야기가 굳이 힘든 현실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으니깐. 그래서, 유쾌한 엇나감으로 이 작품을 끝까지 기분좋게 읽고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했던 상상, 평범한 소녀가 자신이 외계인이고, 곧 지구를 떠날 예정이니
도피로서 현실에 큰 미련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상상은 어쩌면 내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
현실은 힘들다. 그래서, 그런 현실에서 누구나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외계인을 꿈꾼다.
그런 보편적인 동경을 나 역시 이 동화에 투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부끄러움도 느꼈다. 진짜 외계인 소녀가 어떻게든 이 각박한 지구에서 이겨내고 이해하며
체류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흔한 결말일지라도 삶은 이렇게 이겨내야 한다는 반성을 느끼게 하였다.
묘한 작품이었다. 엇나가고, 더없이 순수하면서도, 의외로 구성이 예측불허이면서도
뭉클한 감동과 쓴웃음이 나오는 반성, 그리고 따스한 온기로 마무리한 작품이었다.
이 사랑스러운 외계인 소녀와 모리에게
지구에게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길 기원하며 리뷰를 마친다.
#모리와지구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