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사실, 불편한 편의점과 같은 베스트셀러는 내가 굳이 리뷰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감동하고 수많은 리뷰를 남겼고,
도서 뿐만 아니라 웹툰과 뮤지컬로까지 진출해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는
영향력을 광대하게 넓힌 작품을 굳이 내가 뭐라 하기도 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리뷰하게 된 것은, 책에 대한 광범위한 작가지망생으로서의 소견보다는
우연히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가 이 작품과 결이 맞닿아 있어서 한번 적어보고 싶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알게 된 후배 중에 편의점은 아니지만,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항상 바빠 죽겠는데 와서 이것저것 트집을 잡는 어느 할머니에 대해서 이를 갈며
몇번이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친구로 부터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에는 제일 바쁜 저녁 시간에 오던 그 할머니가 그날따라 손님이 없는 늦은 시간에 왔는데,
안그래도 매출도 안나와서 자포자기하던 그 친구는 그날은 포기하는 심정으로
그 손님의 말을 건성으로 네, 네 하면서 대답을 해줬다고 한다.
그랬더니 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지간하면 짜증을 엄청 부리고, 물건 타박하기 일수인
그 할머니가 고생한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자기 애가 몇이고, 남편이 언제 세상을 뜨고
손주는 얼굴보기 힘들고... 등등, 끝도 없이 자기 얘기를 쏟아냈다고 했다.
뭐, 그 친구 입장에서는 그저 다른 유형의 진상이긴 하다. 손님이 없으면 없는대로
바쁜 것이 마트의 일상이니깐. 그럴때 옆에서 미주알고주알 잡담을 늘어놓는 손님은 그리 반갑지 않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마음이 짠하기는 했다나?
결국, 그 할머니가 원하는 것은 소통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즐거움. 누가 내 말을 들어준다는 믿음. 내가 존중받는다는 자존감.
별거 아닌 작은 대화로 이뤄지는 그 소통을 위해 그 할머니는
그토록 마트에서 진상을 부리셨던 모양이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불편한 편의점이 추구하는 이야기의 주제가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는지 한번 더 깨닭음을 얻은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느낀 김호연 작가님의 스타일은 전작 망원동 브라더스나 신작 나의 동키호테처럼
힐링보다는 서툰 청춘들의 웃고 떠드는 로드무비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좀 본인과 결이 다른 느낌의 작품을 쓰셔서 의아하면서도, 그저 재능이 출중하시구나 했는데
결국 작가님이 바라보는 본질은 여기서도 동일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 그것이 내가 느낀 그 본질이었다.
결국, 인생에 행복은 그리 큰 것에서 오지 않을 것이다. 맛난 음식, 작은 행운, 좋은 지인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목적없지만 쓸모없지는 않은 대화와 소통.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불편한 편의점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독고를 통해서, 다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과정은 작가님의 전작들과도 맞닿아 있고, 그리고 내 지인이 본 진상 할머니의 간절함과도 이어진다.
결국, 사람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서로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그걸 위해 살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차마 내밀지 못한 소통의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을
대리만족하고, 자기 자신도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자신이 되기를 꿈꾸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나 혼자 내린 결론이지만, 나름 뿌듯한 기분이 드는 해석이었다.
어쩌면 오늘 저녁에도 그곳을 찾을지도 모를 할머니에게, 이전보다는 조금 덜 불편한 기분으로,
하지만 여전히 안내키는 하소연을 들을 그 지인에게 따뜻한 위로를 담아 이 즉흥적인 리뷰를 마친다.
#불편한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