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모범생 2
초고 작업을 하고 나서, 조금 생긴 시간의 여유를 이 책을 보면서 즐기게 되었다.
예전에 가짜 모범생 첫번째 이야기를 읽고 느낀 쌉사름한 감정을 되새기며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들은 어떤 이야기가 떠올랐다.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뛰어난 연출자는 두가지 모습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극의 주도권을 배우들에게 맡기고 메소드 연기를 끌어내 다소간의 애드립이나
즉흥적인 구성도 포함시켜서 만드는, 스스로 극에 몰입하는 타입이고
하나는 마치 체스 플레이어처럼, 배우들에게 정확한 배역과 역활을 주고 그에 벗어나지 않게
모든 스토리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성적으로 끌고가는 타입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의견이니깐 이견은 있을수 있음을 양해바라면서,
그런 관점으로 보면 이 작품의 저자인 손현주 작가님은 명백하게 후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쓰는 방식이 전자에 가까워서 그걸 더 체감하는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나의 경우는 왠지 모르게 전지적 작가 시점임에도 내가 만든 인물들이 내 글 속에서 스스로
애드립을 하고 즉흥적인 행동을 하며 스스로 자신의 소리를 내는 기분이다.
그런데 전작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완벽하게 결정된 스토리에 작가님이 인물들에게 주어진 배역의 연기를 정확하고 빈틈없이 전개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뭔가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서사가 재단되어 있고 정돈되어 있어서
마치 완벽하게 모범적인 서사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어쩌면 이런 구성이 작품이 표방하는 주제에 대해 걸맞는 형식으로
작가님의 의도대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다시피 이 시리즈는 강요된 모범생으로서의 압박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피폐한 정서와 힘든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런 어두운 정서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인물들의 묘사를 위해서 강박적으로 절제된
느낌으로 집필하기 위해 그런 구성을 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너무 자의식 과잉인가?
하지만 과잉이라고 해도 그렇게 믿고 싶다.
글을 쓰는 과정에 있어서,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것은 단순히 묘사와 서사만이 아닌
연출의 방식에 있어서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왠지 여기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민망하지만 아이들이 고민하는 무게의 깊이보다도
글을 이끌어가는 연출과 구성에 대해서 좀더 감탄하며 집중하고 보게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간단히 내용에 대한 소회를 해보자면
역시나 아이들의 이상향과 현실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라고 해서 효주 아빠와 다른 입장에서 아이를 볼 수 있을까?
자신하기가 쉽지 않다. 그 말은 결국 현실의 아이들은 여전히 큰 무게감을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아이들이 꿈꾸는 이상향의 이야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부모가 어렸을 적도 그랬고,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그랬고,
이제는 우리 아이들도 달라지지 않은 이 무거운 현실 속에서 나는 그저 막연하게
버텨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리뷰를 마친다.
#가짜모범생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