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되는 꿈

2016.01.28

by 종이소리
2016.흥인지문. ㄱ ㅣ ㅁ ㅅ ㅜ ㄱ ㅕ ㅇ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현실과 상상.


누군가는 현실에 충실하라 하고

누군가는 꿈을 꾸라 한다.


그러나 꿈의 실현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2016.01.28 일기 중에서]


성문 너머의 파동:

꿈과 현실이 맞닿는 지점


일기장을 뒤적이다 10년 전 오늘, 2016년 1월 28일에 남긴 짧은 단상을 발견했다. 그 시절의 나는 아마도 차가운 현실의 돌담 앞에 서서, 저 너머에 있을 꿈의 파동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현실에 충실하라"는 세상의 목소리는 늘 무거웠고, "꿈을 꾸라"는 내면의 속삭임은 늘 위태로웠다.


​섬유공예가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살아가야 했던 현실은 흑백의 사진 속 성벽처럼 단단하고 견고했다.


하지만 내 안의 작가적 자아는 언제나 그 성문 너머,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상상의 바다를 유영하고 싶어 했다.


​우리는 흔히 현실과 꿈을 정반대의 지점에 둔다. 현실은 먹고사는 생존의 영역이고, 꿈은 여유 있는 자들의 사치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흑백의 성문 이미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라. 어두운 터널 같은 성문을 통과해야만 저 너머의 환한 빛과 마주할 수 있다. 현실이라는 단단한 지지대가 없다면 꿈은 공중에 뜬 신기루일 뿐이며, 꿈이라는 빛나는 출구가 없다면 현실은 그저 폐쇄된 감옥일 뿐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오늘날 증명된 현실도 어제는 상상에 불과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전구, 비행기, 심지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조차 과거 누군가에게는 허무맹랑한 상상에 불과했다.


상상이 현실의 중력을 이겨내고 형체를 갖추는 순간, 비로소 세상은 한 단계 진보한다.


나의 업사이클링 작업 또한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진 쓰레기(현실) 일뿐이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예술품(상상)이 될 씨앗이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작가의 노동이다.


​"꿈의 실현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10년 전의 예언은 오늘날 나의 삶에서 조금씩 증명되고 있다. 수많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주문을 외웠다.


"응. 그래, 지금은 아니래. 좀 더 내실을 다지고 좀 더 여물어야 된다는 뜻이야. 괜찮아. 좀 더 준비하라는 의미이지, 안된다는 뜻은 아니니까."


내 안의 상상력은 숲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빛을 조명처럼 빛나게 하는 그곳 숲, 그리고 종이.


여러 해를 지나고 나서야 이제는 풀어도 되겠다는 확신을 안겨준 종이 소품들의 10년 살이를 본 순간, 꿈이 현실을 구원한 순간이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서되, 눈은 언제나 저 멀리 일렁이는 파동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각오의 결말은 장관일 수도 있고 초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상은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고, 현실은 상상을 구현하는 토양이 된다.


​인생에는 현실과 상상, 두 종류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이 현실로 변해가는 단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오늘 당신이 품고 있는 그 허무맹랑한 꿈이 내일의 가장 단단한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믿으세요. 성문 밖의 빛, 어쩌면 상상이라고 믿는 저 빛은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사실, 저 빛 너머에는 현대적 건물이 있지만 저는 꿈같은 그 그림을 지우고 어제의 흥인지문을 표현한 것처럼, 우리가 꾸는 꿈은 우리의 상상처럼 가꿀 수 있을 거예요.


스스로를 믿어 보세요. 세상이

믿는 것보다 더 큰 동지는, 그리고

지지자는 바로 당신 자신임을 믿어보세요.

그 힘이 얼마나 큰 의지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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