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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게 되면

2019.05.24

by 종이소리

"연명에서 연명하기"

2019년 5월 24일.


어린 새의 깃털을 만났다.

장소는 야옹이집이었다.


새끼 야옹이들과

어미 알록이를 보며

잘 잤느냐는 인사 보다

애잔한 숨이 먼저 나왔다.


물끄러미 앉아

어린 깃털을 주웠다.


하도 여리고 작아

퉁퉁한 손가락으로

집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고양이의 생을 몰랐을 때라면

분명

어린 새를 응원했을 터인데

까망이를 알고

알록이를 알고

그 녀석들의 새끼를 알고 나니

어미의 모성을 먼저 챙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진리를

어쩌다 고양이 집사가 되면서

자주 부딪히는 요즘,

오늘도 알록이를 쓰다듬으며

뭉클한 응원을 들려주었다.


"잘했다, 어미야"


인연이란.

관계의 시작이란

이렇듯

갈등의 시작이기도 하다.


저암 유한준의 글이

쪼그린 무릎보다

더 쥐가 나는 아침.


보이게 되니

더 사랑하라는,

그러나

제대로 사랑하라는 뜻을

어린 새의 깃털에서 배운다.


"知則爲眞愛 (지즉위진애)

알게 되면 진실로

사랑하게 되고


愛則爲眞看 (애즉위진간)

사랑하게 되면

제대로 보이나니


看則畜之而非徒畜也

(간즉축지이비도축야)

그때 보이는 것은

전에 보이던 것과는

다르다"

/저암 유한준

(기계유씨,조선후기 학자)


어미의 모성에

희생으로 생을 달리 한

어린 새를 위해 묵념.

어미의 모성에는

찬양을 거부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나에게도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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