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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애인

2015.06.13

by 종이소리
창신동 어느 골목, 어느 계단(c)2015.종이소리

좋게만 보느라

참을 때도 있지만

마냥 참는 것이

다 좋은 것만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묵묵히

겨우겨우 참아낸 것은

참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무시한 거

그거였을 거야.


나와는

하등 상관없다고

무시한 거야.

아니,

아등바등

무시한 게 맞아.


다만

이 '무시'의 정도가

나이를 따르는 것

좀 서글펐지.


그런데

웃기는 건

요즘은

나이 듦 조차

무시하게 된다는 거야.


어떨 때는

그냥 웃어버려.

내버려 둔다는 거지.


그래서 요즘은

나의 두 애인 중에서

'위안'과 '긍정'을

사랑하게 됐어.


그들을 사랑할수록

내가

더 예뻐지는 거 같아서.

생각이 젊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더라고.

그렇다는 거야.

잔소리 아니고.



"내게는

두 애인이 있노라.

하나는 위안이요

하나는 절망이라.

그들은 항시 천사처럼

유혹하도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144/1~3절

번역/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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