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전보

2025.06.15

by 종이소리
친구를 기다리다가 2025.06.15

행사를 마치고

"하루쯤은 쉬어도 좋을 텐데" 라며

걱정하는 딸을 달래고는

친구네 공방에 놀러 가기로 했다.


딸아이 걱정처럼

하루쯤 쉬어도 될 테지만

마음이 급했다.


며칠 후 오른쪽 손을

수술하기로 했으니

마음먹었던 일들을

후다닥 해치우고 싶어서다.


수술이라는 거창한 명칭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2~3주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함과 동거를 해야 하니

처리해야 할 일은

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하는 것이

마음 편할 거라는 핑계가 만든

외출이었다.


친구? 라기보다

함께 뜻을 모은 동료, 동지가 된

동네 공방 작가님과 만나

같은 모임 소속의 꽃가게로

놀러 가는 길이었다.


작가님과의 약속 장소에

좀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데

패랭이꽃 몇 송이가

어찌나 예쁘게 피었던지

순식간에 휴대폰을 들어

찰칵! 찰칵!


어쩌면 너는

그렇게 안 보려 애써도

기어이 눈앞에 피어서는

또 아버지 생각에 울게 하냐고

요 예쁜 패랭이꽃한테 따졌다.


나 어릴 때 내 손 잡고

길 걸으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쪼그리고 앉으셔서

뭐라고 뭐라고 속삭이던

그 얄미운 존재가

바로 패랭이꽃이었다.


그때는

내 아버지의 시선을 뺏어간

얄미운 존재였던 그 꽃이

이제는 또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꽤 괜찮은 선물이 되어 핀다.

그러고 보니

패랭이와 나의 인연 사이엔

'아버지'라는 바람이 있나 보다.


분홍 패랭이는

'순결'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지녔다는데

아마도 오늘 패랭이가 와 준 건

아버지의 마음을 지니고 핀

전보가 아닐까?

수술 잘 하라는..


"딸아, 사랑한다,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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