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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필 예정입니다.

2016.06.18

by 종이소리

2016.6.18일,

간밤엔 비가 왔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비의 쾌활한 목소리가

작업실 헐렁한 알루미늄 셧터를

씩씩하게 흔들었다.

'버선발로 뛰어 나간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반가운 심정이었다.


셧터를 올려놓고

한참 동안 비와 수다를 떠는데

차를 이동하라는 전화가 왔다.


마을버스 주차지역이라

밤 11시 40분이면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지정구역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부랴부랴 이동하고

작업실에 막 도착했을 때

'차 견인하기 전'에

빨리 빼라고 연락이 왔다.


뭐가 잘못됐나 보다.

수화기 건너 화내는 분께

"어떤(?) 분과 통화했는데

여기로 옮겨도 된다 해서

옮긴 거예요."라고 했더니

"누가 그런 말하더냐"

"여기가 주차장인줄 아냐" 라며

화내며 다그쳤다.


내 실수이니

작업실 앞으로 차를 옮기고

새벽 3시 20분까지

골목을 오르내리는 차와

오토바이크의 눈치 속에

작업을 해야 했다.


낡은 우산 들고

낙산정상까지

두 차례 오르내렸더니

빨래된 몸에

한기가 덮친다.


차를 갖고 온 것이 잘못이고

주차를 잘못한 내 실수고

부실한 몸이 죄다.

엣취~


오랜만의 장대비 덕분에

그동안 쌓였던 먼지들까지

말끔히 깨끗이 씻겨진

내 잡동서니 머릿속이지만

여전히 해갈에는 부족한

단비였겠다.


낙산정상에서 보는

비 오는 밤의 풍경

사뭇 평화로웠다.


평화로움 속에

두 팔 벌리고

자유의 환희를 반기던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이

흐르는 건 왜.. 지?


그리고 2025년 오늘.

오른손 수술을 앞둔 밤.

참 열심히 살아냈구나.

그 열심한 시간이 보상하는

'것이 수술'이라니


라고 생각했다가


이번엔 열심히 말고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

내가 나에게 주는 훈장,

그래, 영광의 훈장이라고 해야지.

라고 마음을 다지는 건

아주 좋은 예보야.


"저의 미래는 활짝 필 예정입니다'

라는 미래에서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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