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문득 나서는 걸음이 유일한 노선이다
2014년,
창신동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시작된 골목일기에는 꿈 하나가 기록되어 있다.
"낙산 5길 ○○를 /낙산아래 소요재/로 꾸며야지"
멀리 남산타워에서 가까이 이화동이 마주 보이는 그 집 마당에 그 꿈을 심어 두었었다.
한동안 그 꿈을 향한 산책이 차박차박 이어졌다. 그 일이 있기까지는.
내게는 소박한 소망일 수 있으나 이웃에는 번잡한 소동과 불편한 일상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 일로 나는 많은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주차공간이 없거나, 주정차가 제한적인 골목은 이웃이 함께 누리는 안식처가 우선이어야 했다.
볼거리가 있는 가게를 차린 후 내 이웃에게 어떤 피해를 끼치게 될까?
그 질문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내 꿈만 소중하다 여긴 교만이었다.
일장춘몽으로 끝났지만 서글프기보다 편안했다.
마을에 더불어 살고 싶다는 꿈이 '와해'가 될 뻔한 나의 어제를, 오늘, 한 유명 카페에 와서 꺼내보며 낙산성곽길을 바라보았다.
겸연스러워 눈은, 선글라스 속에 숨기고.
가끔, 작정한 방문보다는 문득 나서고 싶을 때 찾아갈 옛 동네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일정이 있는 행선지가 친근한 골목 근처에 있다는 우연은 골목을 찾는 최고의 노선이 아닐까 싶다.
추억 방면에는 특별한 노선이 없으니까. 만약 특별한 노선이 있다면 문득 나서는 길이 최고의 노선이 아닐까.
계산되지 않는 걸음이 진짜 기억이 될 테니까
/2022.06.22
미래로 걷는다 여겼는데
나의 걸음은 언제나
추억 방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