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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리에서 조차

숨어 피어도 빛이 난다

by 종이소리

누구도 보지 않는 담장 아래,

바람에 흔들리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던 꽃.


그 차분한 숨결은

세상의 시선이 닿지 않아도

고요히 빛을 품고,

포근한 햇살을 누린다.


찬란하진 않아도

투명한 시간 속에 스며 있던 마음.


기다리던 바람이 오면 한들한들,

그리웠던 비가 오면 토독토독,

다시 햇살을 기다리던

수더분한 향기.


숨어서 피어난다는 건

세상의 모든 소란을 견딘다는 뜻.


고요히 피어나

그 고요조차 빛으로 물들게 하는

순응의 지혜로 피는 향기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도

이미 빛으로 존재하는 향기들.

이름 없는 자리에서조차.


해와 비와 바람의 기다림이
꽃이라는 그리움에게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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