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일기 2018
"배가 살살 아플 때는
이렇게 땡볕에 달구어진 바위에
배를 대고 있으면 금방 나아진데이~"
"○○언니는 배가 아파서 그렇다고 해.
○○언니는 왜 거기 있는데?"
"남이 아픈 배 낫는 꼴을 못 봐서^^"
#약바위 #엄마손은약손 #바위손은약손
산촌의 민간요법은 모두 자연에 기거한다. 병원도 의사도 약국도 책이나 TV에나 있을법한 백과사전에 불과한 그곳에서는 그들만의 처방전을 만들어 사용해 왔을 것 같다.
여름날은 더위에 상하는 음식이 좀 많을까. 새벽부터 밭에 나갔던 진이 언니가 아침을 급히 먹었는지 아니면 부실하게 먹었는지
점심이 되기 전인 오전 나절에 집으로 돌아왔다.
힘 하나 없이 비틀거리며 오던 언니가 갑자기 너럭바위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무슨 상황인지 몰랐던 나는 땡볕에 달궈진 바위가 얼마나 뜨거운데 거기에 엎드리냐며 소리를 질렀다.
"언니, 얼굴 데려고 작정했어요? 뜨거워서 옆에도 못 가겠구먼, 얼른 일어 나!"
"모르는 소리 하지 말고, 등이나 배나 어서 갖다 대봐."
'내가 손을 안 대봤겠냐고. 손이 데이는 줄 알고 깜짝놀랐구만.' 시큰둥 혼잣말로 떠들고 있을 때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희야 언니가 진이 언니 옆에 덜렁 엎드렸다.
"김작가야, 이 바위가 그저 돌이 아니란다. 땡볕이 달궈 놓은 찜질바위거든. 배, 허리 아플 때 병원 갈 필요 없다. 고마, 바위 꼬옥 껴안고 있어 봐라. 저 시원한 무딤이 들판 보며 눈도 좀 청소하고. 이게 힐링 아니고 뭐가 힐링이겠노?"
슬그머니 와서 일장 연설을 하는 희야 언니를 보며 진이 언니는 "맞다, 맞다"며 씨익 웃었다.
"언니도 배 아푸나? 아침에 뭘 잘 못 묵었더노?"
"아니, 니 배 낫는 꼴은 못 봐서^^"
무딤이 들판을 바라보며 깔깔깔깔 하하하하 웃는 언니들.
그들의 자연주의가 펼친 그 평사리가 문득문득 그립고 보고 싶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라던 진이 언니 배앓이 걱정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