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5
/말의 힘/
말은 아무 잘못이 없다.
고운 입술에 어울리지 않게
마음이 못난 것이지
말과 입은 아무 잘못이 없다.
몇 해 전
어느 마을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때마침 그날은
마을 대동회가 있는 날이었고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하던 중이었다.
사십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막걸리와 전을 먹으면서
새해 예산 편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소한 말다툼이 일었다.
'가'씨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마을 발전에 대한 비전을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 좋다"를 외쳤다.
그때, 갑자기 '바'씨가
막걸리 잔을 내리치며 악다구니를 했다.
"들어온 것들이 어디서 끼어들어?
하여튼 들어온 것들이 문제야!
에이, Xx"
순식간에 들썩거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심란한 상황이 번질 것 같았다.
그때, 재치 만점의 이장님이,
"밤이나 먹읍시다. 요번 밤이
알차게 맛난 거라요" 라며
공기를 순환시켰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옆에 계신 위원장님께
내가 물었다.
"그런데 이 맛난 밤은,
종자가 어느 나라 거예요?"
"왜놈 끼다"
"왜라 하시면 일본이요?
그럼 이 마을 특산품 종자가
일본에서 '들·어·온·거' 란 말씀인가요?"
"국산 밤은 알이 작아서
팔아먹을 수가 없는 거라.
그카고보이 매실도 일본 끼네?"
"아~~ 밤도 매실도 다,
외국에서 '들어온 거'네요~
우리 마을은 들어온 걸로
돈을 벌고 있구나요^^"
들어온 것들이라느니,
낄 자리가 아니라느니,
이 잣대가 어디에서 출발한 건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자리는 누구나 앉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이라는 것이다.
끼일 자리.
나서지 말아야 할 자리의 판단 여부는
본인이 더 잘 알고
더 잘 판단해서 가릴 것이라는 것.
물론,
득실 따지지 않는
오기가 발동할 때 빼고,
초대받지 못한 자의
초라한 입장을 달가워하며
눈치없이 끼어 들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혜롭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오늘을 기분 좋게 보내게 할
벗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그 벗들의 마음이 웃는 것을 보면,
덩달아 기분 좋을 내 마음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