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9
"수고 많았어요, 서대신동 그 우물"
꽤 많은 나이로 보였다.
둥근 목을 세운 우물과는 달리
빨간 벽돌로 둘러진
사각목 우물이었다.
군데군데 흉터와
덕지덕지 상처 있는 것을 보니
깔끔 행정의 솜씨가 아니었다.
우물 덕을 보는 양심들이 나선
주먹구구 현실의 기록이 아닐까.
벽돌 사이로 내려다본 물빛이
아직 떠나지 못한
아쉬운 시간처럼 고여 있었다.
말수를 잃은 골목은
우물 하나로
서로의 안부를 대신했고,
그 물은
사람 살던 온기를
끝내 마르지 않게
맑은 빛으로 반짝였다.
사실, 이 우물을 챙긴 이는
기록을 위해 함께 동행해 준
소설가 ○○○의 감성이었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 귀한 풍경을 만나지도
기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곧 사라질 이 우물이
그의 마음에도 애틋했던지
손수 두레박을 우물에 던지며
눈짓을 했다.
"찍으라고요? 말로 하시지
왜 눈짓을 하고 그래요?"
그러자 대답대신
그의 긴 집게손가락이
조용히 입술 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집게손가락이
우물 앞 까만 철문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아직 떠나지 않은
골목의 주인이 이 골목에
여전히 살고 있다는 뜻이다.
정신도 번쩍 들고
몸도 바짝 긴장한 순간이었다.
미안한 마음은
조심조심 발걸음에 실리고
숙연한 마음은
살짝살짝 셔터에 눌리던 그곳.
현대식 주택이 어우러진 골목에
나이 많은 붉은 우물이
어떤 이유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우물이 어울리지 않는 곳에
우물이 있다는 것은
이 길에만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우물의 나이만큼 많다는 뜻.
한 시절을 함께 살아 낸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소중한 자산이 있을까?
슬픈 사정과 기쁜 소식을
이 우물은 얼마나 많이 듣고
지우고 했을까?
어쩌면 우물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서로 어울려 사는 정을 퍼 주는
이 터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그 물 맛.
참 구수하고 달콤했으리.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
그 물 맛처럼.
/혹시 길을 걷다가
어쩔 수 없이 존재하고 있는
우물을 만나게 되면,
내 이웃을 만나게 해 주고
길 가던 나그네에게 나뭇잎 띄워
물 한 모금 나누던 그 터의 선물을
보기 싫다, 소용없다 여기지 않고
고맙다, 수고했다 인사할게요/
고마워요,
서대신동 붉은 벽돌 우물씨!
수고 많았어요.
골목 주인들을 위한
소통의 샘물씨,
추억의 두레박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