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4
나무야.
나무야.
너도 언제쯤인가 그때에는
아주아주 작고 여린
겨우겨우 씨앗이었겠지.
산책하다가
안갯속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만났어.
단단하고 근사한
이 나무도 어느 옛날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었을 거야.
나도 그랬을 거야.
그러다 생각했어.
처음부터 잘난 나무도 없고.
처음부터 강한 사람도 없다고.
누구에게나
흔들리던 시절이 있었고,
흙 속에서 방향을 찾던
고요한 시간이 있었을 거라고.
화려한 지금만 내세우는
세상에서도
나무는 묵묵히
그 사실로 우뚝 서서
지금을 자랑하지만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나도 언젠가
아주아주 작고 여린
씨앗이었을 뿐이라고.
사람도 나무와
결코 다르지 않을 거야.
잘난 사람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도,
빛나는
성취를 말하는 사람도
모두 한 번은
눈에 띄지 않는
‘뿌리의 계절’을 지나왔고
또 누군가는
지금 그 시기에
살고 있을 거야.
그래서 나는 오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너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
사랑하는 딸.
지금 너도 어디선가
조용히 움트는 씨앗일 거야.
청년이라는 이름이
이미 다 자란
나무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지.
너는 아직,
열매를 향해 품은
작은 씨앗.
스스로를 키우는
‘성장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중이겠지.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바람도 느끼고
비의 향기도 맡아보고
나긋한 오후의 햇살이 주는
찬란한 온기도
천천히 누리길 바라.
그 모든 시간이
너를
건강한 나무로 키울 테니까.
그리고 기억해 줘.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보내는
따뜻한 응원의 목소리는
“건강하자.”
이 한 마디가,
결국
우리가 너에게 건네는
가장 좋은 양분이면 좋겠어.
"사랑한다. 우리의 작은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