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5
비우자.
오롯이 털어내는 가을가지처럼
들은 말과 받은 시선은
빨간 낙엽 아래 묻고
작신작신 밟고 가야지.
2015.11.05. 화성시 남양동 남양성모성지.
비우자.
가을이 제 몸을 꺼내어
한 잎, 한 잎
스스로에게서 멀어지듯.
들어온 말과 스며든 시선들을
천천히 떨궈
붉은 잎 사이에 묻자.
쉽게 눅눅해지는 말,
제 무게를 잃는 시선 따위
작신작신 밟고 묻자.
떨어지는 낙엽의 무게 속에
불필요한 마음 묶어
바스락바스락 밟고 묻자
저 멀리,
빛이 가늘어지는 가을 숲에서
다시 시작을 고르며,
비우자.
비워야 채워지고
버려야 도달하며
느슨해져야
단단해지는 길.
낙엽을 베개처럼 깔고
빛을 이불처럼 덮고
오늘을 건너
내일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