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갑내기 대장

2017.11.28

by 종이소리
작품명 : "20171127대장"



"니 그거 아나?"


"뭐?"


"나비가 애벌레에서 나올 때

엄청 힘들게 나온다는 거.


어느 학자가 나비를 연구할 때였는데,

애벌레에서 너무 힘들게 나오는 걸 보고

애벌레집을 아주 조금만 갈라 줐단다.


그러니까 나비가 쉽게 나오더라네?

근데 그 나비는 날지를 못하더란다.


나비가 애벌레집에서 나올 때

힘든 그만큼, 날아오르는 힘을

그때 얻게 된다라는 것을

그 연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네.


그니까 힘든 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진리 아이겠나.


니도 지금,

애벌레 집에서 나오는 중이라고

그리 마음 묵고 버티보그라.


내는 보인다.

니가 잘 날아오를 거라는 것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벗이 생겼다.

매 순간순간을 "죽음"과 실랑이 중인

동갑나기 남자 사람이다.


치유가 목적이 아니라,

남은 생이나마 좋은 공기 속에 머물며

생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지리산으로

왔다고 했다.


그 녀석은 처음부터 반말이었다.

그런 그 녀석에게

넌 왜 말이 짧냐고 묻지도 않았다.

행동이 무척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4개월이 흐르는 동안, 딱 10번 만났다.

만남을 목적으로 한 만남이 아니라

마을 이장님 비닐하우스에서 한 번,

위원장님 농장에서 한 번,

마을회관 가는 길에서 한 번,

이렇게 우연으로 세 번,

그야말로 눈만 부딪히며 지나갔다.


몇 마디 대화를 시작한 건

마을 일상을 담는 영상작업으로

마을회의에서 본 것이 다섯 차례,

그리고 뜬금없이 남은 밥 있냐고

산촌마을센터에 찾아온 한 번이

전부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뜬금없이 구재봉 오르는 길을

알려 주겠노라 초대한 오늘이다.


"내가 없이도 자주 올라 보그라.

볼기(볼 게) 참 많다.

철마다 풍경도 색도 다 멋지데이.

누가 그카데.

풍경이 이쁘게 보이면

죽을 때가 된 거라고.

요새 내가 딱 그렇다 아이가."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산책로에 기웃거리는 바람을 밀어내거나

발 주변에 하나씩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줍다가 또 어딘가에 있을

도토리를 찾는 시늉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던 그 녀석이 말하기를

"만다꼬 가(걔)들을 줍노?

델꼬 가서 머할낀데?" 라고 물었다.


활짝 웃으며 내가 말했다.


"오늘을 기억할 작품 만들려고.

작품 제목은 '20171127 대장'이야.

대장(나는 그 녀석을 대장이라고 부른다)을 위한 작품 만들어 놓고

지금 대장이 해 준 말들을 늘 새기려고"


"풉~ 하는 짓마다 엉터리네^^"


그리곤 미소를 숨기며

이내 도토리 사냥을 시작하던 대장.


그런 그 모습 앞에서 나는 기도했다.

아니, 힘을 꾹꾹 눌러 말했다.


"오래오래 살아줘!

아직 배울 것이

억수로 많으니까!!

이상한 소리 들리면

나한테 혼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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