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복(飮福)의 아침

2018.11.28

by 종이소리


아침을 누릴 줄 모르던 어제였다.

회색 도시와는 또 다른 회색 아침.


​고요히 쌓인 서리가 난간 위에 앉아,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을 머금는다.


발끝에 닿는 차가운 마루와

깊은숨에 실리는 겨울 향기만이

이 공간에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모진 세월 잘 살아 내었다고,

더 거친 바람이 불더라도

그 바람의 결보다

향기를 알아내는 지혜를 배우라고

보듬고 토닥이는 지리산의 은혜를

감히 음복(飮福)하는 아침.


​이 작은 지붕 아래서,

세상의 거친 풍파를 잠시 잊고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 선다.


웅장한 산의 침묵 속에서,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를 발견하는 시간.


축복(飮福)은 결국

스스로를 긍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지난 계절의 고통은

고슬고슬한 땅속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뿌리가 될 것이다.


​모든 아픔 위에 움틔울

새 봄의 온기와 기운이 될

생의 뿌리.


시련의 끝에서 피어나는

가장 강한 그 향기를 믿으며

이 새벽을 걸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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