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7
한 달 전.
무리한 작업에 파손된 손목이
기온이 낮아지는 계절이 되자
어깃장을 놓는 날이 많아졌다.
별수 없이 파스를 사러
약국 가던 길이었다.
새 작업실 주변은
온통 회색빛 병풍으로
철갑을 두른 신도시 풍경이다.
군데군데 노랗게 빨갛게 누워
바스락바스락 몸부림치는
가을길을 따라 걷는데
흐린 시력 안으로
또렷하게 들어오는
작은 새 한 마리.
걸음을 멈추고
쪼그리고 앉았다.
조심스레 몸을 건드렸다.
꼼짝도 안 한다.
세상을 떠난 것인지
손에 들어 올려도
아는 척을 안 한다.
목을 건드려보니
힘없이 흔들흔들.
머리를 쓰다듬고
날개를 쓰다듬고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두 손으로 가린 뒤
작업실 건물
중앙 뜰에 묻었다.
묻기 전까지도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중인지
몸은 내내 따뜻했다.
나만의 의식을 치르고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매일매일 보던 은행나무가
유난히 예쁜 바람과 놀고 있었다.
살랑살랑 사르르르
솔랑솔랑 스르르르
"바람이 다정한 거야..
은행나뭇잎 목소리가 예쁜 거야?"
어찌 됐건 작은 생명 영면에
장송곡으로 참 어울리는
영혼의 울림이었다.
그런데?
은행잎..... 이 아니다?
시력이 나쁜 탓에,
노란 잎이면 당연 은행나무로
입력된 머리 탓에!
나는 순간적으로
멍.... 때리다
홀린 듯 나무 곁으로 다가갔다.
"단풍!!!!"......????.
노란 단풍????
하...
노란 단풍이 라니???
뭔가 홀린 건가?
아니면 이승이 아닌 건가?
다 아는 걸
나만 모르고 있었나??
어째서 노란 단풍?
백만 년 만의 호들갑이
인터넷 검색으로 이어지고..
참.. 배울 것이 너무 많네.
그런데,
나이 들수록 더 많아지네.
나무 한 번 보고
새 무덤 한 번 보고.
보잘것없는 인간에게
행운을 만나게 해 주려고 그랬나..
너무 무식하니 공부 쫌 하라고
천사가 다녀 갔나.
그래서
아기새를 위해 묵념하는
2019년 어느 늦가을 오후.
2019년이란 나이는
노란 꿈으로 기억해야지.
다시 만날 수 없는
"나의 쉰두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