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과 종이소쿠리

2018.01.05

by 종이소리

"솔방울잔치"

솔솔향기 솔방울.

솔솔모여 솔방울.

솔솔꽃핀 솔방울.

솔솔웃는 솔방울.


솔깃솔깃 솔방울.

솔직솔직 솔방울.

솔랑솔랑 솔방울.

솔방솔방 솔방울.


집 안의 습도가 바짝 마르는 겨울이 되면, 나는 솔방울을 담으러 근처 숲을 찾는다.

깨끗한 솔방울만 고르느라 숲을 다 뒤질 작정을 한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지, 지금 생각해도 혼자 웃음이 난다.


그날은 도화 언니가 함께 길을 나서 주었다. 마른 흙 위로 발자국 소리가 차분히 쌓였고, 소나무 아래에는 겨울 햇살을 머금은 솔방울들이 흩어져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며, 손에 닿는 것 중 가장 단정한 것들만 골라 담았다.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솔방울을 깨끗한 물에 담가두었다. 물속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는 솔방울을 두고, 언니와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넌 이거 자꾸 짜기만 하고 팔지는 않을 거야? 손 아프게 짜놓고 아깝다, 얘.”


나는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한 번 더 비틀었다.


“팔려고 짜면 잘 짜야 되잖아^^ 이건 내가 쓰려고 짜는 거라, 대충대충 얄궂은 모양으로 재밌게 짜는 거지.”


언니는 차를 마시며 완성되어 가는 소쿠리를 꼼꼼하게 응시했다.


“그러게, 진짜 아무렇게나 짠 게 더 예뻐. 종이라 그런지 질감이 숲이랑도 너무 잘 어울리고. 근데 이건 무슨 소쿠리 짜는 거야?”


솔방울 집!


“어머, 솔방울은 유리볼에 담아서 물 부어 놓는 거 아니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유리도 좋은데, 난 종이가 더 좋아. 여기에 솔방울을 담아놓고 매일 분무를 하면 습도 조절도 되고, 물에 담갔다가 건진 솔방울을 그대로 담아두면 물 먹은 종이가 또 바짝 말라. 나는 그 과정이 참 재밌어. 종이가 얼마나 솔직한지, 보고 있으면 신기해.”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참, 별게 다 신기하다 넌. 그런데 나도 그거 보고 싶다. 물에 젖은 종이가 말라가는 거.”


“은근 재밌다니까. 멍 때리기 좋아.”

그 말과 함께 소쿠리를 완성했다. 나는 호들갑을 떨며 자화자찬에 빠졌지만, 언니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조용히 눈을 반짝였다.


어떻게 알았어?^^ 이거 언니 주고 가려고 짰다는 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언니는 소쿠리를 손에서 가로채듯 받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물에 담가 두었던 솔방울을 하나씩 꺼내 소쿠리에 담더니,

“저녁 먹고 가~”

말을 던지듯 남기고는 앞치마를 두르는 동시에 냉장고 문을 열었다.


“나도 종이가 참 좋아. 가볍고 간단한 것 같은데, 만만치 않은 고집이 있어서^^”


그랬다. 종이는 만만치 않은 철학을 품은 참 야무진 물성이다. 얼마나 고고하면서도 유연한지, 만질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웃는 소리에 마음은 저절로 풍요로운 잠에 든다.

/20180105/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