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빌딩

2022.

by 종이소리
종희베.2022.김수경

유연함이 겹쳐 만들어낸 단단한 경계]

​종이노끈으로 짠 직물에서 건축물의 골조를 본다. 그물처럼 성긴 조직 사이로 빛이 들지만, 정작 손 끝에 닿는 기운은 그 무엇보다 빳빳하고 완강하다.


​연약한 종이 줄기가 시실과 날실로 교차되는 순간, 어디서 이토록 거센 기운이 터져 나오는 것일까. 딱딱한 성질을 이겨내며 한 줄씩 엮어가는 속도는 더디고 성가시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힘겨운 과정을 견디고 나면, 종이는 비로소 질긴 생명력을 얻는다.


​내가 닮고 싶었던 그 강인한 기운을 모아, 종이 빌딩을 세우듯 직물을 쌓아 올렸던 2022년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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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