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공모전 수상작 모음집 <냉면>
<냉면>을 읽고 남극에 가보고 싶어졌다.
귀국하자마자 들린 서점에서 구매했던, 좋아하는 안전가옥의 공모전이었던 <냉면>을 다 읽었다.
그리곤 남극에 가보고 싶어졌다. 아니면 우수아이아. (생각해보니 작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세상의 끝과 부재중통화'라는 인스톨레이션의 배경이 꼭 거기였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랜 버킷리스트는 북유럽에서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고, 작년 겨울 즈음엔 7월의 몽골이 가장 가까운 꿈이었고, 3월을 포르투에서 지내면서는 쿠바와 모로코 사막이 추가되었는데. 이젠 남극이 그래.
생각보다 멀지 않게 느껴진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풍경에 압도되는게 좋아서.
언제까지 자유롭게 많은 곳들을 둘러보며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나는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아무튼 책을 읽다가 쓸데없이 여행지 목록만 늘어나는 밤.
더불어 신기하게도 책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는 기묘하고도 운명적인 거부할 수 없는 힘 같은게 작용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전부터 드문드문 느끼긴 했는데 이번에 특히 확신하게 됐다.
사람은 어쩐지 그 시간 그 상황에 각자 그에게 꼭 맞는 읽을거리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고 말이다.
<종이달>과 <쇼룸>을 읽을 때도 꼭 내가 하던 고민과 맞닿아 있는 문장들이 많아서 놀라면서도 공감했었는데, 냉면에 수록된 단편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어떻게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나>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내가 요즘 했던 고민과 생각과 너무나 닮아있어 장마다 눈으로 밑줄을 쭉쭉 그려가며 읽은 것 같다.
최근 관련 아티클을 하나 읽고 '구독하고 공유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면서, 책이나 누군가의 문장에서 그것이 나의 생각이고 고찰인 양 손쉽게 인용아닌 인용 (나의 생각을 덧붙이는 인용이 아닌, 그저 '이게 내가 하려던 말이야.' 하고 공유로 끝나버리는 인용 말이다.) 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나를 들여다 본 것처럼 생각이 닮아있어서 "이게 제 생각이에요." 하고 활짝 펼쳐 지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아무튼 좋은 글과 좋은 작가, 알던 작가 모르던 작가를 새로이 알게되어 좋았던 순간들. 그리고 일단 유쾌하고 재미있다. 예상 외의 반전도 있고.
앞으로도 응원하는 안전가옥의 방향들을 기대하며 미뤄둔 냉면을 이번 주에는 진짜로 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