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글, 텍스트, 문장들.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적어왔던 많은 것들이 자만에 가득했을지 모르겠단 후회. 모든 것은 서로 무한히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마음에 박히는, 모래, 집, 공무.
많은 것을 빚지고 산다는 생각.
놓친 것, 잃어버린 것, 주어진 것, 곁에 남아주는 것. 나의 다정함과 나의 무심함.
무해하길 바랐으나 나 또한 상처를 주며 사는 사람임에 몇 번을 되짚어 넘기는 책장. 쉬이 읽히지 않는 글자. 그럼에도 손 내밀고 다가오는 마음에 고마워하는 애정.
사랑이지, 사랑이야. 그냥 또 다시 많은 것들이 그렇게.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늘, 생각해서. 자주 좋은 기회를 얻고, 자주 곁의 이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열두 살 그 해 겨울에 마법처럼 나를 감싼 문장이 여전히 단단하게 남아 나를 안아주고 있다고.
언젠가 지금이 마지막이라면 무얼 하겠냐고 물었고, 되돌아오는 질문에,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가만히 누워 내내 돌려 듣다가 눈을 감을 거야."라고 말했지만, 사실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어. 차마 말하지 못한 그 뒷 말을 나는, 정말 그때가 된다고 한 들 꺼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해서. 용기가 부족한 탓인지, 혹은 다른 무슨 이유가 있대도. 글을 적는 일이 소원해져 가는 것과 그건 아무 연관도 없는 것인지. 사라지는 까닭이, 적어냄에 무게를 느껴가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제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인가.
아무쪼록 마지막 질문.
내가 너를, 지금, 안아줘도 되는지 궁금해.
110818.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