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인가? 싶으면 여름이고 가을인가? 싶으면 겨울이다. 어쩐지 매해 봄/가을이 짧아지는 것 같다. 어쨌든 완연한 봄이 되면서 나에게도 일신 상의 변화가 생겼는데, 여러모로 많은 것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해인 듯하다. 친구에게 이번 봄이 가기 전에 꽃이라도 좀 봐야 되지 않겠나 했더니 네가 웬일로 꽃을 다 보자고 하네 한다. 원예의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약한 것을 싫어해서 꽃은 좋아하지 않는데 버스정류장에 서있다가 문득 왜 꼭 꽃을 원 없이 봐야겠다 생각한 것일까 돌이켜 보았다. 어른이 되어서야 꽃을 찾는 이유는 내게 주어진 봄이 마냥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인 것 같다.
청춘의 시기를 지나칠 땐 젊음의 유한함을 모른다. 돌이켜보면 몹시 찬란했던 그 순간에 본인이 그 푸른 숲 속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며 그 수목원을 다 지나오고 나서야 청춘의 문단은 끝이 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시간이 흐르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것이 청춘의 본질인 것 같다. 무한한 기회, 새로운 만남, 그리고 끝없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믿어야 과감하게 때론 마구잡이로 살아버릴 수 있을 테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고 '무식해서' 청춘인 것 같음. 그러나 청춘의 생명력 역시 그 무지에 있는 것이다.
오늘 그 생각을 하고 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미국에 계신 교수님으로부터 꽃바구니 배달이 왔다. 내일 마스터클래스 통역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정말 이 교수님을..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