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되어도 그리운 나의 선생님 2

by subitopiano



스승의 날을 맞이해 2년 전 가르쳤던 학생의 콘서트를 끝내고 적은 소회를 나누어 본다.





귀국하자마자 운 좋게 출강 기회를 얻어서 가르치기 시작한 학생이 있다. 3학년 편입생, 나보다 족히 열 살은 많으신 만학도가 나에게 배정되었다. 피아노를 너무 배우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하시다가 개인적으로 큰 일을 겪으시고 이제는 더 늦으면 정말 못할 것 같아서 편입을 하셨다 했다. 연배가 지긋한 분을 이래라저래라 하며 가르치려니 영 맘이 불편했지만 워낙 수더분하고 성실한 분이라 금방 맘이 열렸다. 우리는 일 년 반 동안 정말 정말 정말 열심히 했다.


오늘은 드디어 그분의 졸업연주다. 이 학생이 피아노에 얼마나 절실했는지, 그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잘하실 거예요, 절대 안 틀려요, 끊기는 일 없어요, 걱정 마세요 하며 드레스 입은 학생을 백스테이지로 밀어 넣고 객석에 앉으니 세상에나 이렇게 떨릴 수가. 차라리 내가 치고 말지 하는 생각이 그 짧은 순간에 천 번쯤 들었다. 당당하게 연주하는 그녀와 달리 객석의 나는 사시나무 마냥 바들바들 떨다가 곡의 클라이맥스 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연주 끝나고는 학생에게 안겨서 펑펑 울었다. 처음으로 우리의 관계가 학생-선생에서 주수진-어른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울음의 이유는 글쎄, 벅차고 감격스러워서, 또 긴장했던 불안함이 사라져서 인 것 같기도. 울다가 마스카라가 다 번져서 꼴이 정말 볼만했다. 학생이 선생님 죄송한데 눈이 정말 ㅋㅋㅋ 하면서 웃으셨고 옆에서 경비 아저씨가 학생 그만 울어요 거 참 허허하셨다. 저 학생 아니에요 뿌이이이잉 ㅠ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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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하나도 안 쳤는데 뭐 잘했다고 그녀에게 꽃다발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이 꽃을 들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잊지 못할 행복의 순간은 이렇게 불현듯 가을바람처럼 불어왔다. 아침 공기가 꽤 찬걸 보니 완연한 단풍의 계절인가 싶은데 이러다 문득 또 고개 들어보면 금방 겨울인 게 서울 날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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