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슬픔에 잠긴 나라

- 이태원 참사에 부쳐

by subitopiano









그제 밤, 부모들은 이제 곧 취업을 할 아들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는 딸의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었을 것이다. 자식의 부고를 전해 듣는 부모의 마음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날들이 흐르고 있다.


어제 강의하러 학교에 갔더니 서울에 살았으면 핼러윈을 즐기고자 이태원으로 갔을 법 한 녀석들이 나를 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했다. 스물둘, 스물셋. 전공필수로 건반 화성 강의를 듣는 학생들인데 말간 얼굴로 교실에 차곡차곡 들어와 앉아 나를 맞았다. 1분만 지각을 해도 남들 앞에서 면박을 주는 강사이기에 수업 15분 전인데도 미리 와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강의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준비한 것의 50%도 보여주지 못하고, 했던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다가 참는다고 참는데도 결국 “도대체 이걸 얼마나 쉽게 설명해 줘야 알아듣겠니?”라고 면박을 주다 2시간의 수업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답답한 마음에 ‘난 최선을 다했으니 연습 못해 못하는 것은 다 너희 책임이고, 시간이 없었다는 치사한 핑계는 대지 말라.’며 볼멘소리를 하려다 관두었다. 그리고 어제는 웬일인지 늦게 온 애들에게도 화내지 않았다. 오기만 하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와 달을 올려다볼 수 있는 서울의 한 길목 ㅡ 저렇게 황망하게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가득 찬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 수업 조금 늦은 것이, 화성 풀이 좀 제대로 못한 것이 그렇게 까지 대수는 아닐지도 모른다. 감히 위로의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무거운 밤들.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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