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피아니스트의 우당탕탕 미국 유학 에피소드

- 아르헤리치 그녀는 대체.. 왜.

by subitopiano



2016년 4월 19일


아르헤리치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또 듣고 있다. 또 들어도 또 기가 차고 코가 찬다. 그녀는 대체 어째서 저렇게까지 대단히 압도적일 수 있을까? 해석의 선호를 차치하더라도 그녀의 테크닉은 경외를 넘어 공포에 가깝게 완벽하다. 3악장 옥타브 섹션이 저 속도로 '물리적으로' 가능이나 한 것일까. 얼마나 빠른지 카메라맨이 아르헤리치가 옥타브를 조지는 장면을 못 따라가고 있음;;; 영상을 백 번 돌려봐도 그 아찔한 감동이 희석되지 않는다. 수십만 명이 쳐도 저렇게 쉽게 연주할 수 있는 건 전 세계에 단 한 명, 아르헤리치 그녀뿐이다. 그런데 남들이 다 나자빠지는 저 부분에서 본인은 딱히 어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게 더욱 기가 찰 노릇임.


마르타 아르헤리치


나는 밀고 당기고 들었다 놨다 사람 못살게 굴며 간지럽히는 연주를 좋아해서 취향으로만 따지자면 그녀와 결이 맞는 것은 아니고, 특히 앙상블에서의 그녀는 꽤 일방적이라 내가 수긍하기 힘든 부분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어떤 의미에서건 아르헤리치는 정말 특별한 솔로이스트다. 협연할 때 일단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 니들이 뭘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난 좀 칠께."라는 마인드로 순간적으로 모터 달고 우와와아앙 급발진해버리는데, 실시간으로 지휘자 얼굴 흙빛 되는 거 보면 내 심장이 다 쪼그라든다. 어휴 정말 기백이 백두대간 호랑이 저리 가라임. 그러다 보니 결국 오케스트라 70명이 혼비백산하며 아르헤리치를 졸졸 쫓아가 저 무대의 독보적 주인공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어코!


오케스트라 네까짓 게 안 따라오고 어쩔 건데 하는 녀의 군인정신(?)을 보면 나도 앞으로 저렇게 주체적으로 휘두르며 살아야지! 다짐하지만 정작 내가 협연할 땐 오케스트라 놓칠까 봐 지휘자 바통에서 눈 한 번을 안 떼고 눈 감았을 때 놓칠까 봐 눈도 빨리 깜빡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