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 대신 도전으로, 나를 찾는 법

초라해도 시작하면 충분한 솔로 캠핑 이야기

by 그므시라꼬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나의 꿈은 뭐지?"


코로나 시국 때 MKYU 김미경 학장님의 짹짹이를 하면서 나한테 던졌던 질문이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면서

'나'라는 사람을 잊고 산 지 오래였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너희들 대학 가면 엄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의 손이 필요 없을 때쯤

나에 대한 도전으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혼자 여행이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해파랑길을 혼자 열흘 정도 걷고 나니 '뭐든지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가 생기면서 다음 여정으로 솔로 캠핑을 계획했다.


캠핑의 필수 장비 중 하나인 텐트를 사기 위해 매일 카페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정보를 수집했다.

이게 저것 같고, 저게 이것 같은 수많은 텐트 속에서 더 이상 미루다 간,

꽃 피는 봄을 그냥 흘려버릴 것 같았다.


우선 부피가 가볍고 설치가 쉬운, 누가 봐도 눈에 확 띄는 빨간색의 텐트를 샀다.


베란다 한 구석에서

7년 넘게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캠핑 장비를 들춰내서 제일 만만해 보이는 랜턴과

선만 꼽으면 되는 멀티 조리기, 반조리 식품, 말표 흑맥주, 편의점 아저씨가 추천해 준 먹태깡을 준비했다.


혼자는 처음이라 제일 만만하고, 가족들과 자주 갔었던 동해 추암 캠핑장을 선택하고 취소한 자리가 있길 기도하며 며칠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바다 전망이 아니지만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간다는 캠핑장을 잡은 나는

드디어 캠핑하러 간다는 기대감과 약간의 두려움에 밤잠을 설쳤다.


새벽부터 일어나

다이소에서 구매한 박스에 짐을 챙겨놓고

3시간 정도를 달려 캠핑장에 도착하니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이 와있었다.


뻥 뷰는 아니지만

화장실이 가깝고 바로 앞에 있는 상가의 화려한 불빛이 난생처음 하는 캠핑의 긴장감을 해소해 줄 것 같아

자리는 괜찮아 보였다.


집에서 미리 보았던

텐트 이미지를 생각하며 그라운드시트를 먼저 깔고

텐트를 바닥에 펼친 다음 망치를 들고 텐트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팩을 박았다.


고수인 거처럼.


도착하자마자 동영상을 보내라는 친구에게

영상 전화를 걸어 실시간 텐트 치는 모습을 보여주니 깔깔거리며 숨넘어가는 목소리를 한다.

크지도 않은 텐트 간단하다고 해놓고

뭘 그리 오래 걸리냐고.


집에서 펼쳤을 때는 분명 쉬웠는데...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분간이 안된다.


이리저리 몇 번을 돌려서 출입구를 맞추어 얼추 모양새가 나오니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색깔로 고민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텐트가 예쁘다.


빨강 앤 노랑 조합의 텐트가 맘에 든다.

앙증맞고 귀엽다.


요즘 유행하는 감성의 테이블과는 전혀 거리가 먼 알루미늄 테이블에

집에서 가져온 랜턴을 꺼냈는데

이게 뭔 일이지?


오랫동안 사용을 안 했더니 건전지 입구 쪽이 부서져서 불이 안 들어오는 거다.

'랜턴이 없으면 저녁을 못 먹는데 어떡하지?'

아주 난감했다.


그때 차에 있던 박스 테이프가 생각이 났다.

박스 테이프를 꺼내 들고 사정없이 테이프를 돌리고 또 돌렸다.

박스 테이프가 공처럼 부풀어 오를 때쯤 랜턴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마트에서 산 불고기 전골을 조리기에 넣고 끓어오르길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사이트를 둘러봤다.


워낙 유명한 캠핑장이라

자리 선택을 할 수 없기도 했지만,

솔로 캠핑은 처음이라 상가 앞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달랑 텐트만 하나 있다 보니

살림살이가 훤히 드러나는 것 같아 영 불편하다.

사이트 사진을 가족한테 보냈더니 노숙이랑 다를 게 뭐냐고 웃는다.

캠핑에서 텐트와 타프는 실과 바늘이라고 했던가?

길바닥에 나앉아 있는 거처럼 초라하기 그지없다.


최소의 캠핑을 하고 싶기도 했고, 아직 초보 캠핑에 타프 칠 자신도 없고

봄가을만 갈 계획이라 타프는 구입을 하지 않았는데, 상가 앞을 오가며 흘낏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부담스럽다.


왼쪽 아저씨는 분명 혼자인데 대가족이 오면 펼칠 것 같은 타프에다 고급스러운 캠핑 장비로 세팅을 마쳤고

나보다 좀 늦게 도착한 오른쪽 사이트에는 나랑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중년의 아줌마가 있었다.

그 아줌마는

나의 로망인 SUV 차량에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감성 가득한 예쁜 전구를 달더니 앙증맞은 테이블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책을 보고 있었다.


평소 장비에 욕심이 없는 나지만,

박스 테이프로 둘둘 말려진 랜턴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술이 당겼다.


김미경 학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다. 부러워만 하면 진짜 지는 거다. 10분만 부러워하고, 그다음부터는 '나도 해봐야지'가 되어야 건강한 사람이다"


맞다.

내 캠핑은 초라했지만,

그 속엔 분명 '나의 도전'이 있었다.

불편해도 스스로 해결했고, 처음이라 어설펐지만 해냈다.


무엇보다 이 경험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조금 더 분명하게 보여줬다.


하고 싶은 일은 상상만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부딪쳐 봐야 알 수 있다.


실패해도 좋다.

중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시작하는 용기다.


솔로캠핑에서 배운 건 단순했다.

'스스로 해결해 보는 작은 성취가 자존감을 키운다.'

빨간 텐트 하나 치면서 깨달았다.


나를 찾는 길은

거창한 성공이나 목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작은 모험을 하면서 시작된다는 걸.


타프도 도전해 보고 더 멋진 캠핑도 해볼 거다.


도전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왜냐하면.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나'를 만드는 여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