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숲길 위에서, 문경새재를 걷다.

옛길에서 오늘의 나를 만나기

by 그므시라꼬


변덕스러운 여름날, 길 위에서


길은 걷는 일은,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확실한 방법이다.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가, 이내 해가 쨍하게 비춘 여름 어느 날

나는 문경새재를 다녀왔다.


문경새재의 길은 조선시대 영남과 한양을 이어주던 길로 걸음을 옮길수록 옛사람들의 발자취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스며든다.


이곳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조령이라고도 한다.

'풀이 우거진 고개' 또는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에 있는 고개'라는 뜻에서 '새재'로 했다는 설과 '새로 생긴 고개'라는 뜻에서 '새재'로 지었다는 설도 있다.

막상 걸어보면 힘든 고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만한 길과 잘 닦인 흙길,

양옆으로 펼쳐진 숲과 중간에 만나는 계곡이 발걸음을 부드럽게 이끈다.



1 관문-주흘관

문경새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제1관문인 주흘관이다.

동쪽으론 주흘산, 서쪽으로는 조령산이 둘러싸여 있고 넓은 푸른 잔디와 부드러운 곡선의 기와지붕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주흘관을 지나면 왼편으로 드라마 촬영지가 보인다. 목조건물과 기와, 오래된 골목길이 옛 시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세트장 구경을 다하고 더 걷다 보니 순간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며 걸음을 옮기는 사이 지금은 돌담과 터만 남은 조령원터가 보인다.

조령원터에는 날이 저물어 새재를 넘지 못하는 나그네들이 모여 인생 이야기를 하는 듯 고요히 서 있다.


2 관문-조곡관

길을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옛 주막 터가 보인다.

주말마다 운영되는 새재 주막 터는 작지만 아이들에게 전통 체험을 연인과 가족 나들이객에겐 과거의 길을

따라 떡과 시원한 음료를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로 발길을 잡는다.


2km쯤 걸었을까?

용추계곡과 교귀정이 보이는데 이곳은 경상감사가 관인을 인계받던 곳으로 요즈음으로 치면 이취임식을 하던 곳이다.


길을 걷다 보면,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계곡 옆으로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발을 담그며 땀을 식히는 모습이 너무 평온해 보였다.

문경새재는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니라, 머물러도 좋은 길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나도 신발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갔다. 내 발을 씻기는 차가운 계곡물이 마음속의 묵은 생각까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3 관문-마지막 관문 조령관

조곡관을 지나 4.5km를 더 걸으면 마지막 제3관문 조령관이 나온다.

이곳은 소백산맥의 분수령으로

남쪽은 낙동강

북쪽은 남한강으로 물이 흘러간다.

역사적으로는 영남 선비들이 한양으로 가던 길목이었고

지금은 여행객들이 풍경을 나누는 쉼터가 되었다.



누구와 걷든, 마음이 쉬어 가는 길

문경새재의 매력은 누구와 걸어도 좋은 길이라는데 있다.

가족과 함께하면 아이들이 지치지 않을 만큼 평탄하고 안전한 길이 이어지고,

연인과 함께라면 나란히 걸으며 나누는 대화가 길 위에 고스란히 스며들 것 같다.

혼자라면, 나처럼 흙길과 계곡, 바람과 햇살이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봄에는 꽃으로

여름에는 계곡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이 길을 물들이는 곳이다.


문경새재를 걷는다는 건,

옛길에서 오늘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길은 꼭 한 번은

아니 계절마다 다시 걸어야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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