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아야 할까?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며 배운 집 고르기 요령

by sooq

밴쿠버에서 지내는 마지막 주말이다. 근 3개월을 지내는 동안 여행자의 신분으로 장기 투숙할 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집을 옮겨야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진짜 살 곳을 찾아야 할 우리 부부에게 이번 여행은 넓은 의미에서 ‘집’을 고르는 새로운 시야를 선물해 주었다. 각 세 집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했다는 게 참 흥미로웠다.


첫 번째 집은 다운타운과 다소 떨어진 평범한 단독주택이었다. 첫 집이라 동네에 대한 정보 없이 집의 컨디션만 확인한 채 고른 집이었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뾰족한 지붕이 마음에 들었다. 이 마을은 중국계 캐나다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였다. 주변은 주택가여서 굉장히 조용했고 마지막 주에는 창문을 전부 열어 놓고 잠에 들 정도로 안전했다. 마침 그때가 여름 무렵이라 동네 집들이 예쁘게 가꾼 정원들을 보느라 눈도 즐거웠다. 문제는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면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뾰족 지붕은 더운 열기를 한 군데 모아 놓고는 절대 내보내지 않았다. 에어컨이 한국처럼 흔하지 않은 캐나다에서 우리는 작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야 했다. 너무 더워서 자다가 깨는 날도 있었다. 집 안보다 밖에 있는 게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차가 없었던 우리는 다운타운에 나갈 때마다 택시를 타거나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려야 했고, 동네 주변에는 중식당 이외에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도심과 조금 더 가까워져야 했다.


두 번째 집은 해변과 도시 모두와 가까운 최적의 입지에 위치한 아담한 콘도였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맛집과 상점 등 필요한 모든 게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한 달 동안 일 분 거리의 요가센터에 다닐 수 있던 것도 큰 장점이었다. 이번 집의 호스트는 우리가 첫 손님이라며 세심한 선물도 준비해줬다. 필요한 모든 게 있었고, 걸어서 해변에 갈 수 있는 집이었으니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렇게 첫날이 성공적으로 저무는 듯했다. 내가 옆집 사람들의 대화를 선명하게 듣기 전 까지는. 이 집은 방음에 심하게 취약했다. 나는 매일 이어 플러그를 끼고 잠에 들어야 했다. 소음 문제는 주말이 되면 더 심해졌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 이곳 사람들은 친구들을 불러 파티하기를 즐겼다. 층간 소음의 최대 피해자는 2층 사람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보통 1층에 사는 사람들은 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파티까지 하니 더는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친절하던 호스트도 법적으로 10시 이전의 소음은 제지할 수 없다는 답변만 줄 뿐이었다. 쉴 수 없는 집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마지막 집은 다운타운에 위치한 현대식 아파트였다. 40층에서 보는 밴쿠버는 장관이었다. 왼쪽으로는 멀리 바다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도시의 마천루가 펼쳐졌다. 냉난방 시스템에서 건물 내 작은 체육실까지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춰진 곳이었다. 드디어 완벽한 조건의 숙소를 찾은 듯했다. 완벽한 숙소를 찾은 대신 우리는 정말 ‘숙소’에서만 지내야 했다. 밖으로 나서는 순간, 그동안 본 적 없던 밴쿠버의 모든 노숙자들을 한 번에 만난 듯했다. 가끔 그들은 거리 한복판에 누워 있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대부분 위협적인 사람들은 아니지만 거리를 걸을 때 뭔가 위축되는 기분은 어쩔수가 없었다. 우리는 필요한 용무를 최대한 낮에 해결하고, 너무 늦은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으려고 했다.


매번 숙소를 고를 때마다 생각해야 할 점이 많아졌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는 조금 감이 잡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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