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좋은 아이 키우는 법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리 가족들은 아래층에 주인부부가 살고 있는 이층 단독주택에서 전세로 살았었다.
남편친구의 형님집이었기에 믿고 들어가 살게 되었다.
주인아저씨는 본인의 차를 무척이나 애지중지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항상 퇴근 후에는 차 한 대를 대고 나면 사람도 지나다니기 어려운 좁은 마당에 차를 세워놓고 매일 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반들반들 윤이 나도록 닦고 또 닦았다.
1시간 이상 정성을 들여 가며 세차를 해 놓았다.
밤에 외출을 할 때도 한 번도 차를 몰고 나가는 적이 없었다. 아끼는 차가 혹시 흠이라도 날까 싶어서.
그만큼 차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우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신경이 써였다.
혹시나 우리 아들이 모르고 차에 손을 댈까 싶어 항상 조심하라고 일러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부엌에서 바쁘게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아랫집 주인아저씨가 소리 지르는 목소리가 집안까지 들려왔다. 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밖으로 뛰어 나가 보았다.
주인아저씨가 위층 우리 집을 올려다보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저씨가 올려다보고 있는 시선 끝에는 우리 아들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꼼짝도 못 하고 서있었다.
이유인즉슨 아들이 깨끗하게 세차를 해놓은 차위로 수돗물이 나오는 호수줄로 신나게 물을 뿌려댄 것이었다. 날씨가 더워 수돗물을 틀고 놀다 밑에 차가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여기저기 뿌린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주인아저씨는 우리 애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우리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엄마라고 아이를 나무라고 있는 주인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순간 섭섭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잠시 접고 아저씨 보는 앞에서 일단 우리 아이에게 혼을 냈다.
그리고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아저씨가 화를 내는 것은 네가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는 얼른 가서 사과하고 오라고 일렀다.
하지만 아이는 이해를 못 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게 물놀이를 한 것뿐인데 사과를 하라고 하니 아이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 내려가지 않고 계속 버티고만 서 있었다.
지금 상황에 아이의 마음을 챙겨 이해시킬 시간이 없었다.
이해와 사과가 바뀌긴 했지만 일단 잘못한 일이니 사과하고 오면 천천히 이해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이해하기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사과하고 오기 전에는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는 매몰차게 문을 닫아 버렸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지 한참을 문 앞에 서 있기만 했다.
엄마가 한번 결정하면 바꾸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아이는 마음의 결정을 한 듯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아이가 거동을 살펴보았다. 무서워서 주인집 문 앞에서 또 한참을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모질게 했었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어리지만 살다 보면 숱한 어려운 순간들이 올텐테 처음이 어렵지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 여겼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조용히 지켜보았다.
포기하고 올라올 것인가 아니면 주인집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이의 행동이 궁금했다.
소리 없이 지켜보고 있는데 다행히 아이가 주인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가 즐거운 목소리로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몇 개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왔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주인아저씨께서 사과하러 가자 기특하다면서 주셨다고 했다.
"부끄럽지 않더냐"라고 하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순간에 왠지 자신이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의 밝은 미소와 큰 고민을 해결해 낸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그걸 대변하고 있었다.
사과부터 하고 오라고 억지를 부렸던 내가 아들의 그 말에 미안함이 조금은 덜 했다.
엄마로서 미숙했던 그날들에 아이와 함께 사람과의 관계와 사회를 받아들여야 하는 통념들을 제대로 일러 주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도 모른 채 해결해 나가야 했던 조금은 벅찬 순간들이었다. 자신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을 그래도 엄마가 시키는 일이라고 말없이 받아주었던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힘들었을 그 순간을 생각하며 곤히 자는 아이의 머리를 몇 번이고 쓰다듬어 주었다.
고맙다 아들!